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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Feb 08. 2021

리얼리티 버블 (Ziya Tong 저)

정세랑 작가 추천 자연과학 도서

Photo by Sharon McCutcheon on Unsplash

가시광선은 우리의 눈에 보이는 빛의 영역이다.

가시광선은 400nm에서 700nm정도에 이르는 파장을 가진다. 물리적인 의미에서 빛은 전자기파 그 자체이므로, 가시광선만 놓고 본다면 그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우리는 세상을 제대로 바라본다고 생각하지만, 동물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다른 파장의 빛을 받아들인다. 우리는 동물이 바라보는 파장을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기에는 너무나 제한적인 시야를 가지고 태어났고, 우리가 지녀온 '상식적'사고는 너무도 오랫동안 우리 눈을 가려 진실을 보지 못하게 했다.  


<하늘은 목가적이고 고요하기는커녕, 지옥이다. 맹렬한 화염과 숨 막히는 유독 가스 기둥, 거의 모든 곳이 암흑과 혼란과 폭력적인 파괴의 현장이다. 실제로 여러분이 오늘 밤에 궁수자리 방향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면, 궁수의 화살 바로 위가 우리 은하에서 초거대 블랙홀이 있는 그곳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평선 안의 모든 것이 집어삼켜지고 있다. p12>  


저자는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예외 없이) 주어진 맹점이 우리의 시야를 결정하는 점에서 이를 확장하여,

1부에서는 우리가 개인으로서 타고나는 맹점에 대해,

2부에서는 집단적 맹점들에 대해,

3부에서는 세대적 맹점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모든 사람은 맹점을 타고난다. 정확하게 말하면 맹점은 두 개로 각각의 눈에 하나씩 있다. 안구 뒤쪽, 시신경이 뇌로 들어가는 지점에 광수용체가 자라지 않는 부위가 그것이다. 이것이 가리는 영역은 상대적으로 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코 알아차리지 못한다. p14>  


인간이 사물을 인식하게끔 만들어진 눈은 역설적이게도 맹점이란 것을 소유함으로써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게 할지를 정한다.


<지구 상 가장 막강한 생명체가 자기 삶을 지탱하는 것들을 보지 못하는 건 어찌 된 영문일까?

현대인들은 거품 속에서 자연을 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영국에서 청소년 세 명 가운데 하나는 달걀이 닭에서 나온다는 것을 모르고, 치즈를 식물에서 얻는다고 믿으며, 우유가 젖소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모른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음식이 나오는 곳은 다름 아닌 슈퍼마켓이다.

젊은이들이 멍청해져서 그런 게 아니다. 다만 관심을 두는 초점이 달라진 것이다. 미국의 아이들은 매주 45시간을 전자 매체를 들여다보며 보내고,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고작 30분이다. (중략) 어른이라고 해서 사정이 낫지도 않다. 거품 안에서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최대 에너지원, 전 세계 경제의 동력인 연료의 기원은 거대한 의문이다.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평범한 사람들이 석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될 것이다. p16-17>  


우리는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적극적으로 알고자 한다. 그러나 진실이 불편함을 가져다준다면 애써 외면한다.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상을 알기를 주저한다. 그리고 그냥 지나친다. 어쩌면 이런 면들이 우리 세대를 반영하는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영국의 저술가 조지 몽비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자손들이 혐오스럽게 여길 우리 시대의 광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고기나 알, 젖을 얻으려고 동물들을 대규모로 가둬둔 것이 틀림없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동물 애호가라고 여기며 개와 고양이에게 친절을 베풀면서도,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수십억 마리의 동물들에게는 잔혹한 박탁을 가한다. 추악한 위선이다. 미래 세대는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보지 못했는지 알고는 경악할 것이다." p170-171>  


2부의 4장 <재앙을 향해 다가가다>에는 현대의 공장식 도축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단순히 묘사된 공장식 도축과정을 읽기만 하더라도(어떠한 이미지도 없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당위적이고, 잔혹한 현실의 단면을 바라볼 수 있다.  


실제 채식을 지향하는 동물보호단체들, 그 외 환경단체들이 기고한 저서를 읽으며 좀 더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그동안 우리가 당연스레 고수해온 육식 지향의 삶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욕망을 위해 너무도 많은 것을 희생시키고 있다.


6장 <쓰레기와 보물>에는 이러한 사실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온다.  


<발사할 때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인 첨단 기술의 걸작에 모두가 열광하지만, 쓸모를 다하고 나면 아무리 기술적으로 앞서고 값비싼 것도 결국에는 쓰레기가 된다. 인간은 도구를 만드는 종이기만 그렇기에 쓰레기를 만드는 종이기도 하다. p214>  


단순히 상품을 하나 사고 쓰고 버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발생한 부산물, 유통과정에 쓰인 연료들, 그리고 이후에 버려지는 것 까지 해서 우리 눈 앞에 하나의 쓰레기는 사실은 빙산 전체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최종 제품)은 제조, 포장, 운송 과정에 들어가는 원재료의 5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마트 선반에서 150킬로그램짜리 제품을 본다면, 그 배후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3,000킬로그램의 쓰레기가 있다는 이야기다. p215>  


이 책의 주제를 6장에서 찾았다. 아래와 같다.  


<우리가 '바깥' 세상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과학은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연결망의 일부, 흐름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환경에 집어넣는 것은 결국에는 우리 몸속으로 되돌아온다. p235>  


미세 플라스틱 같은 경우는 가벼워서 땅에서 수증기를 통해 하늘로도 올라간다. 그래서 세계의 수원지에서 채취한 샘플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일이 더 이상 이상치 않은 사실이 되었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건에는 '철'(season)이라는 것이 있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유행'에 따라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계획된 노후화가 디자인의 원칙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유행을 타지 않는 물건이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쓰지 못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래야 그것을 대체할 물건을 새로 구매할 테니까. 여기서 기억할 점은 이것이 인류의 사고방식에서 상대적으로 대단히 최근에야 일어난 변화라는 사실이다. p239>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생활 습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반해 우리가 자원을 쓰는 속도와 자본주의 하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 제품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과연 생분해가 불가능한 플라스틱 사회의 최후는 무엇일까.


<플라스틱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만 있지 않다. 우리가 마시는 물에도 들어 있다. 다섯 개 대륙 열두 개 나라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전체 수돗물 표본의 84퍼센트가 플라스틱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플라스틱 입자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일 수십억 명이 플라스틱을 먹고 마신다는 근본적인 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p241>


책을 읽어 나가며 우리가 환경을 우리 삶에 나란히 두지 않고 살아가는 태도에서 일말의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이는 뒷장에 나오는 <인간로봇> 부분에서 극대화되었다.


실제로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빅데이터, 딥러닝, AI 인공지능의 발달들은 실제로 우리 삶을 더욱더 제한적이고, 큰 틀에 맞춰 넣는 일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의 '1984'나, 제러미 밴담이 말한 '판옵티콘'이 실제로 구축되고 있는 현실 이면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배후에 이를 지휘하는 악당이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빅 브라더는 없다. 우리는 선을 지키고 흐트러지지 않도록 서로를 감시한다. 우리는 감시가 우리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범죄 행위에 가담하는 나쁜 사람들을 찾아냄으로써 사회의 좋은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평범한 일반인들 역시 지극히 사소한 '위반'으로도 감시되고 처벌된다. 현대의 감시는 또한 사회 운동가들, 즉 카메라 시스템을 향해 되돌려 그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 주려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침묵시키는 데도 사용된다. p379>


이 책의 저자는 캐나다의 과학 저널리스트이며, 관련 프로그램 진행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이야기하는 부분에 마지막에는 과학이 등장한다. 과학은 우리가 바라보지 못하는 부분을 밝혀내고, 저자가 말하는 리얼리티 속의 버블을 터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최근 읽었던  조성준 교수의 <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 빅데이터>(21세기북스, 2020)까지 모든 이야기를 아울러 과학에 도달하게 했다.


<우리 인류가 계속해서 생존하고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려면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p419>


과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를 잘 말해주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세랑 작가가 이 책을 올해에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했다는 글을 보았다. 아마도 정세랑 작가님이 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쓴다면 3부의 이야기들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테드 창의 <숨>을 읽고 적었던 이전 글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아 포스팅을 찾아보았다.


"처음에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며, 작가가 팩트를 바탕으로 그려내는 미래의 청사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적으로는, 기술과 인간 삶의 보조수단이 오히려 실제 나의 삶을 기만하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오히려 우리는 앞으로 무엇이 될지 모르는 (미래) 기술의 비극을 미리 엿볼 수 있다 하겠다." ('숨'을 읽고 쓴 포스팅 중)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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