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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Feb 28. 2021

시어머님의 방문은 며느리의 한숨을 부른다

우울한 감정을 털어내기 위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여느 일요일이고, 큰아이와 남편은 아침 일찍 산에 올랐다가 3시가 되어 내려왔다. 작은 아이와 아침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가, 인근 대학교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왔다.


"엄마가 애들 입학하는 날 아침에 온다는데?"

"왜? 입학식도 따로 안 하고, 유치원은 가서 1시간만 하고 집에 오는데? 안 오셔도 되는데."

"그럼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라고?"

"..."


사실 나는 그렇다. 둘째가 2년 만에 처음 기관에 가기에 그날 아침에 씻기고 입히고 먹여서 보내려면 벌써부터 맘이 바쁘다. 그렇기에 어머님까지 오신다는 건 내 마음의 중압감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어머님 오시면 일단 집도 단정하게 치워야 할 것이며(아침은 전쟁터다), 애들 마치고 오는 시간이 12시니 점심은 당연히 먹어야 할 것이다. 늘 챙기는 끼니도 '아이 둘에 나하나'와 거기에 어머님이 더해지는 건 '끼니를 때운다'에서 '점심 상차림'이 필요한 대목으로 바뀐다.


오시는 건 본인 마음이지만, 첫째가 8시 30분까지 등교하면서, 둘째가 10시 반까지 나서야 하는, 처음 맞게 되는 목요일이라는 낯선 일상에는 사실 안 오셨으면 하는 게 나의 마음이다.


이렇게 구구절절이 말하면, 남편은 또 상처를 받기에 (왜 우리 엄마를 싫어할까?) 입을 꾹 다물고 만다.


"여보도 그날 오후에 출근하면 되겠네? (어머님도 오신다니)"

"엄마한테 오지 말라고 할게."

"..."


이전의 경험상 저 뉘앙스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후폭풍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또 눈앞이 아득하다.


 중간 소통을 통해서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크게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전화를 걸었다.

"어머님, 둘째 입학식이 목요일이거든요, 3월 4일. 그날 10시 반까지 들어가면 되니까 10시까지 오시면 될 것 같아요."


며느리는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는가.

왜 맘에도 없는 소리를 정성스레도 하는 걸까.


시어머님이 오시는 것이 신경 쓰이는 이유는 보통 이런 것일 테다.


(둘째는 아토피에 2년간 가정보육을 했다. 사실 첫 기관에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어머님이 오시는 건 그날 입학식에 선생님께 여러모로 걱정스러운 둘째를 잘 부탁하기 위한 것이 주된 것이고,

미용실이라고 가본 경험이 없는 둘째가 정말 입학 전에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고 입학식에 참여하는지, 더불어 제2의 보호자로서 손자의 입학식에 참여하고자 하는 등


그 의중을 헤아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마치 나에게, 내가 그동안 집에서 데리고 있던 사회성 없는 아이가 유치원에 잘 입학하는지를 확인받는 것 같이 느껴지고,

내가 보기엔 단정한 머리스타일을(그래서 미용실에 갈 생각이 없다.), 며칠 전 모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머리를 단정히 커트를 시켜 유치원을 보내는지 확인하러 오시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보통의 아이들이 누리는 발달과, 사회성을 가지지 못한 둘째를 보며 생기는 자괴감에 생겨난 자격지심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불편하고 짜증 나는 감정을 계속해서 안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늘 나를 좌절시킨다. 한 뼘만큼 가까워졌던 남편과의 사이는 다시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인 듯 멀어졌다.


아직도 채 해소되지 못한 분위기에서, 장모님 이야기를 꺼낸다.

장모님 오시면 늘 잘해드리고자 했다고, 그럼 내가 어머님 오시면 방에 들어가 누워있니? 오시면 상다리 부러지게는 못 차려도 냉장고를 탈탈 털어서 밥상을 안 차렸던가? (마음에서 차고 나오는 소리들에게 목소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보통 장모님들은 사위 돈 잘 버는가, 안 버는가 살펴보러 오시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아이들 봐주거나 딸이 일이 생겨 비우는 빈틈을 메우러 오시는 건데. 내심 저렇게 이야기를 꺼내는 남편에게 서운했다.


아직 일요일이고, 곁에서 깔깔거리고 뒹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주말이 아니던가. 그대로 숨을 스읍 들이시고는 홱  돌아섰다.


결혼 생활에서 늘 마주하게 되는 입장 차이.


이미지 출저. Photo by Matthew Henr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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