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은 수학과 컴퓨터 과학, 언어학 또는 관련 분야에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일련의 절차나 방법을 공식화한 형태로 표현한 것, 계산을 실행하기 위한 단계적 절차를 의미한다.
알고리즘은 연산, 데이터 마이닝(기계 학습)또는 자동화된 추론을 수행한다.*
유튜브 인기 클립에서는 이런 덧글을 종종 볼 수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여기서 말하는 알고리즘은 앞서 정의된 부분 중 '자동화된 추론'을 상징한다고 보면 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거대기업 구글의 영업비밀이다. 알고리즘의 주요 목표는 시청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내가 검색한, 시청한 기록들을 바탕으로 유관한 영상 클립을 추천 창에 계속해 띄운다.
오히려 이러한 알고리즘을 역이용하여, 1인 사용자는 여러 개의 계정을 생성하여, 학습용, 음악 듣기용, 게임 시청과 같이 용도를 나누어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브런치는 어떨까? 브런치는 어떤 글을 메인에 띄울까?
브런치 에디터가 카테고리별로 글을 선정하여(pick) 메인에 띄우는 걸까. 아니면 브런치 또한 자체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글을 선정하는 것일까?
브런치를 4개월 정도 사용하며, 브런치의 알고리즘이 궁금해졌다.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15번째 글이 처음으로 브런치 메인에 걸렸다.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라는 제목처럼, 미련이 남아 떨쳐내지 못한 글을 (3주 전에 퇴고를 마친) 발행했고, 이 글이 1주일 정도는 브런치 메인에 (브런치 pc용 버전에서 확인했습니다...) 노출되었다.
그 글은 3000 조회수를 남기며 내려왔는데(아, 보통 이렇게 노출되면 조회수가 3000 정도가 되는구나를 깨닫고, 이전에는 10을 오르내리는 조회수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울적한 기분에 단숨에 썼던 글이(첫 글만큼 퇴고하지 못한, 감상에 젖어 썼던 글) 우연히 또 브런치 메인에 걸렸고, 결혼과 시댁을 소재로 쓴 이야기다 보니 갑론을박하는 덧글도 연이어 달렸다. (공감의 덧글, 공감하지 못하는 날 선 덧글들에 괜히 맘이 졸여서 새벽에 잠시 글을 내렸다가, 무슨 글이든 쓰려고 시작한 브런치잖아, 싶어 재발행했다.)
단발적인 일상 글에서 벗어나 좀 더 연속적인 글을 쓰고 싶어, 매거진을 만들었다. 단기 주재원으로 발령 난 남편을 따라 떠난 일본 생활에 대해 적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일본 분리수거 방법이었던지라(정말 이런 게 먼저 떠오른다)... 길지 않은 글을, 당시 소회를 담아 새벽 1시부터 시작해 한 시간 반 가량을 작성한 뒤 발행을 누르고 잠들었다.
그런데 이글이 메인에 노출되며 그날 15만 조회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30만조회수가 되기까지 며칠이 더 걸리지도 않았다.
글의 분량은 A4 한 장 정도였다. 그런데 '문화충격'과 같은 제목의 단어가 어쩌면 브런치 에디터의 관심을 끌었을 수도 있고, 또는 브런치 알고리즘에 의해 필터에 걸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브런치를 하면서 pc나 브런치 앱으로 접속해 첫 장에서 만나는 글에서, 비슷한 문구를 단 글을 볼 수가 있었다. '타국에서 살면서 알게 된 놀라운 점 top 5', '타국의 이색적인 문화', '(어느) 나라에는 oo것이 없다' 이런 식으로 된 글은 충분히 흥미로웠고, 독자로서 호기심이 생겨나 클릭하게 되었다.
처음 30만을 기록한 글 역시, 이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갈만한 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 좋게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기회를 얻은 글.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기에 좋아요와 늘어가는 팔로워 수에서 오는 기쁨을 몰랐지만, 브런치는 인스타그램과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시스템적으로는 쌍둥이인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글이 쓰기 싫어 늘어진 작가(이용자)를 일으켜 세워 기어이 마음속에 그 글을 끄집어 내 쓰게 만드는 동기가 바로 이 라이킷과 구독자 수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따로 알림을 해놓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정확히는 내 글이 다수의 브런치 작가들에게 읽힌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브런치를 접속했을 때, 왼쪽 상단의 작고 단단한 하늘색 점이 눈에 먼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내 글을 읽고 남긴 발자취의 히스토리가 남아있었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읽혀본 신생 작가에게는 그만한 기쁨은 이전에는 없던 경험임은 분명했다.
"글을 좀 쓰고 싶어."라고 했을 때 지인은 "브런치에 쓰면 되겠네, 블로그보다는 브런치가 맞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첫 하얀 화면을 마주하게 되었을 땐, 쓰고자 하는 1차원적 동기가 컸는데, 그 하늘색 점을 알게 된 순간부터는 쓰겠다는 것보다는 읽히고 싶다는 동기가 대신한 것 같다.
그래서 스마트폰의 모든 앱들은 뒷전이 되고, 브런치를 먼저 실행해 통계부터 보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우연하게 운이 좋아, 몇 번 노출된 글에 그 맛을 못 잊어 오늘도 혹시? 하지만, 역시.가 맞이하고. 그래 일단 뭐라도 써야지 하면서 맘을 다독이지만, 그래도 혹시 하는 기대를 쉽게 떨칠 수가 없다.('브런치 나우'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는 즐거움도 대단하다)
고민은 계속된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게 맞을까? 아님 읽힐 만한 글, 호기심에 누를 만한 이야기를 써야 할까?
하다가도 결국 마음속에 남아있는, 혹은 어제 본 영화의 여운을 풀어내는, 혹은 방문한 작가님의 글을 보니 나도 비슷한 이야기가 쓰고 싶어서. 그렇게 하나하나 브런치 글들을 쌓아가고 있다.
결국엔 오늘의 글을 쓰게 만드는 브런치가 대단한 것 같다.
당분간은 일어나면 제일 먼저, 그리고 잠들기 전에 열어보는 마지막 앱은 브런치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