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오드 Mar 28. 2021

포포포 매거진(Vol.4)

- 딸과 엄마의 관계, 그 가깝고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

해가 지나 한살 더 먹어갈수록, 엄마에게 잘한다는게 (to be a good daughter)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것은 오히려 어린시절에는 선명했는데, 예를 들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1등을 한다거나, 

방을 치워놓는다거나 하는 것들로 엄마를 기쁘게 하려 했다. 

(그러나 다시금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나 좋으려고 한 것들) 


왜 엄마에게 잘하는게 어렵게 느껴질까.

그건 이제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엄마의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된 소망, 

진정 엄마가 원하는 것을 내가 이뤄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사람의 딸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내게 무척이나 어렵다. 

때로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그냥 봉투를 건네고 오기도 하고, 

간간히 전화를 걸어 "별일없지?"라고 묻는것으로 내 역할을 다 해낸다고 치부해버리곤 한다.




popopo magazine 의 4번째 주제는 흥미롭다

(popopo 가 의미하는 것은 connecting (p)e(o)ple with (po)tential (po)ssibililites) 으로 단어의 앞글자를 따와서 포포포 popopo :-) 

타이틀은, <Dearest Daughter>  소중한 딸.



엄마 품에서 사랑으로 자라난 딸이 세상을 향해 두 발로 나아가며,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내용들로 가득한 이번 호. 


<우리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지 p033>


이 칼럼을 쓴 작가역시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함께 소품샵과 바를 운영하면서 이제는 엄마 됨을 준비하면서 이글을 적었다. 

남자는 군대에 가면 부모에 대한 깊은 마음이 생겨나는 것 같다.(오빠가 처음 훈련소에서 보낸 편지를 아직도 기억한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보고싶습니다. 라며 길지 않게 쓴 글은 그보다 깊은 진심을 담고 있었다.) 여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엄마의 삶을 헤아리게 된다. 평균 산모 연령이 30대 초반을 향하고 있는 지금을 생각하면, 우리네 엄마들은 그보다 이른 20대 중반에 자녀를 낳아 키웠다는 사실은 때론 놀랍게 느껴진다. '엄마는 지금 내 나이보다도 어린 나이에 오빠와 나를 키웠구나. 그때는 키즈카페도, 육아템도, 시간제 아이돌보미도 없던 시절이었지.'  

엄마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두 아이 육아에 저물어갔음을 엄마는 그때 알았을까? 나는 그때 엄마의 한숨도, 꿈도 전혀 모른다. 

<"그리 태어나길 선택한 건 아니었다. 나와보니 여자였다. (중략)

하지만 살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가치와 신념이 종종 뒤흔들릴 거라고, '나'다운 결말을 내지 못하고 내일을 맞이할 거라고, 평생 잊지 못할 일을 겪을 수도, 바늘로 찌를 듯한 말을 듣게 될 거라고 예고해주는 이는 거의 없었다. p027> 

남자를 귀하게 여기던 시대 속에서 여자로 태어나며 겪었을 여러가지 어려움들. 남자 형제만 상급학교를 보내준다거나, 그 시절 여자들이 가계의 보탬이 되기 위해 중고등학교가 아닌 여공이 되어야만 했던 현실들. 

저 문장은 비단 엄마가 살아온 시대뿐만 아니라 지금도 해당된다. 생각보다 현실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젠더불평등. 유리천장. 경단녀. 맘충 등 여러가지 형태로 말이다.



<엄마의 가정 내 약자의 지위가 사회에서 나의 약자성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프랙털 구조'를 떠올리게 되었다.('프랙털'은 동일한 모양이 한없이 반복되는 순환성을 보인다) 어린 시절 나는 세상에서 위대한 사람이 될 거라 믿었지만, 일자리와 사회에서 부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의 한 명으로 치환되는 걸 경험하며 자아와 삶에 대한 고민은 더욱더 깊어졌다. p167> 

우리가 결혼을 하고 이루게 되는 가정형태는 과거의 것에서 점점 변화하고 있지만, 이전에 내가 속했던 가족내에 늘 미묘하게 존재했던 아빠와 엄마의 지위, 두 분이 다 노력과 희생으로 이뤄낸 가정이지만 어쩐지 묘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가족 내 젠더 질서를 사회로 이끌어낸 이번영 작가님의 칼럼은 읽는 내도록 인덱스를 붙여야 했다.  


분위기를 전환하여, 


<삶이 예술> 이라는 칼럼에 등장하는 최윤남 패션 인플루언서, 황혼 육아중인 그랜맘의 이야기를 읽고선 그녀 이름을 검색창에 써 넣어 보았다.   

우리는 나이듦에 무력하게 당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색을 잃지 않고 나아가야할 것이다. 그녀처럼. 100세 시대에, 계속해 감각을 유지해 나가는 것. 손주를 돌보더라도 나의 가치관을 유지하면서, 어쩌면 손녀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아마도 그녀의 할머니이리라. 



<MY NEW UNIVERSE> 섹션의 이한나 작가님의 Supermarket은 디자인이 너무 아기자기해서 그림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작가님이 레고에(레고 한피스 한피스에, 매우매우 tiny&cute!) 그림을 그리게 된 것도 흥미로웠고, '마트가자'란 말을 싫어할 주부가 있을까 하면서 일본마트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녀가 본 것을 지면을 통해 공유하는 것은 꽤나 즐거웠다. 놀라운 것은 매거진 겉 비닐을 뜯어내고 한장을 넘겼을 때, 그녀가 그린 일러스트가 스티커로 인쇄되어 이번 호 굿즈(goods)로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취향저격)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딸의 ,남편의 또는 어떤작가의 어머님의 목소리를 읽어나가며  글감에 빠져들었더니 어느새 매거진 이야기를 다 읽었더라. (시간이 순삭되었습니다) 




한동안은 쓰지 않은 손편지를 (마지막은 결혼 전 어느 어버이날이었으리라,) 쓰게 된 건 작년 엄마의 60번째 생일날.(생신이라고 말하면 갑자기 엄마를 어머님이라고 불러야할 것같은 거리감이 생겨나는 기분이다) 첫 아이에게도 "외할머니한테 편지 한 통 써" 라고 말하고 곁에 엎드려 고운 편지지를 한 장꺼내어 글을 써내려갔다. 내가 엄마에게 느끼는 마음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적은 문장은 이러했다. 


< (중략) 엄마,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문장을 읽은 엄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에 대하여 (마거릿 애트우드 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