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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Oct 14. 2022

월급과 머리카락의 방정식.

근무 부서의 특성상 여자사원이 많다. 여자사원이 많다 보니 여성 탈모라는 낯선 분야가 더욱 도드라지게 눈에 들어온다. 공통적으로 연차가 오래될수록 (10년 이상) 정수리 쪽 머리카락의 지분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생활 팀에서 올라온(부서변경을 통해 한 팀이 된) Y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 머리 가운데 훤한 부분에 유독 눈이 갔다. 머리가 하얗게 샌 걸까, 머리가 빠져서 두피가 훤히 보이는 걸까.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2팀의 유일한 여자 관리자 A담당도 정수리가 훤했다. 이목구비가 크고 또렷한 인상과는 달리 빈약한 머리숱은 묘한 불협화음 같았다. 검품의 G담당는 그녀를 마귀할멈이라고 장난스레 놀렸다. 그녀는 다 근사했는데, 머리숱은 그러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조금은 거리를 두는 MD2팀의 언더웨어에서 일하는 K는 20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이 지점의 오픈 멤버였다. 시원스러운 말투에 톰보이 같은 그녀도 아침마다 락커에서 고데기로 뒷머리 볼륨을 정성스레 넣었다. 그러나 볼륨 빨로 채 커버될 수 없는 어른 주먹만 한 정수리 탈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슬슬 내 정수리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마트에 있는 내 락커, 내 사번, 내 유니폼, 내 동료들이 너무 좋았지만, 매번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끝내고선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갸웃 거리며 정수리를 확인했다. 배수구를 살펴보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이번 달 월급 한 푼에 나는 내 머리카락을 얼마나 내주었나를 계산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탐구해보기로 했다. 이것은 마트에서 일하는 것과 탈모의 상관관계를 파헤치려는 첫 번째 시도다.


하루에 햇빛을 20분 이상 쫴야 몸속 비타민D가 충분히 생성돼 원형탈모 등 탈모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면역세포 생성에 관여하는 비타민D의 양이 줄어들면, 백혈구가 머리카락이 나는 모낭을 공격하는 이상 반응이 일어나 모공이 닫히기 때문이다.


6일 인도 퐁디셰리 의과대학교 벤카타 크리스나 밤시 가데 교수팀은 1년간 탈모가 진행된 45명과 정상 모발을 가진 45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혈액 속 비타민D가 탈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1)


기사에 따르면 하루 20분의 일광욕, 그리고 생성되는 비타민D를 강조한다. 마트는 마치 온실 속의 화초와 같다. 더울 땐 시원하고, 추울 땐 따뜻하고, 밤낮 상관없이 실내를 밝히고 있는 LED 전등 아래서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역시 마찬가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딱 알맞게 설정되어 있는 실내 온습도는 근무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되어준다. 그렇게 인공조명 아래서 우리는 태양의 존재를 잠시 잊는다. 한낮의 햇볕을 쬘 일이 없다. 이렇게 1년, 5년, 10년, 15년이 된다면 일반인에 비해 월등하게 낮은 일조량을 갖게 될 것이다.


만병의 근원이 되는 스트레스 역시 탈모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업종 특성상 고객응대는 필수다. 고객응대에는 항상 클레임이 따라온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모낭 줄기세포의 휴지기를 연장해 재생을 장기간 멈추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스트레스 신호가 모낭 줄기세포에 전달되는 분자 경로도 찾아냈다.


이 연구 결과는 1일 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수야츠에 줄기세포 재생 생물학과 부교수는 “스트레스가 모낭 줄기세포의 활성화를 늦추고, 조직 재생 주기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모낭은 평생 재생 과정을 반복할 수 있는, 포유류의 몇 안 되는 조직 중 하나다.

모낭 줄기세포가 활성화해 모낭과 모발을 재생하는 성장기엔 머리가 매일 자라지만, 줄기세포가 활동을 멈추고 쉬는 휴지기엔 머리가 쉽게 빠진다. 탈모가 생기는 건, 모낭 줄기세포가 계속해 휴지 상태로 있으면서 새로운 조직을 재생하지 않기 때문이다.3)


-이건 왜 없어요. 전화해서 있다고 해서 멀리서 왔는데, 없으면 어떻게 해요? (예, 고객센터에서 전화로 있다고 한 제품은 1개만 들어있는 단품이고, 고객님이 찾으시는 건 세트로 들어간 제품이고...(난감)) 

-아니 가전제품은 다 박스에 넣어서 팔잖아요. 레고도 배송 올 때 담긴 박스 있을 거 아니에요. 거기 들어가 있는 걸 사고 싶다고요. (저희가 진열을 하려면 택배박스를 다 풀수밖에 없어서, 제품 박스 외에 들어가있는 레고제품은 없답니다) 창고 보여주세요. 확인시켜주세요.(네... 알겠습니다...)

-우리 애보고 여기서 기다리랬는데, 왜 직원이 데리고 있는 건가요? (매장을 돌아다니는 아이가 엄마가 없는 것 같다고 지나가는 고객이 진열직원(=나)에게 인계해주며 보호자 좀 찾아주세요.라고 하고 가셔서 데리고 있던 중, 아이의 어머님께서 등장.) 아 그게 고객님. -CCTV 좀 볼 수 있나요? (네?!)


클레임의 내용도 부서별로 가지각색인데, 일단은 ‘고객중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지라 죄송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오해를 드려 죄송합니다. 헷갈리게 고지돼있어 죄송합니다를 매뉴얼처럼 반복할 뿐이다. 특히나 고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앞서서 등장했던) A담당은 늘 무전을 들고 2팀 앞으로 오는 문의, 클레임의 1차적 대응, 계산대서 생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래, 그녀의 빈약한 머리숱도 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더불어 마트 근무는 스케줄 근무가 필수다. 주간조 야간조를 따로 뽑지 않으며 마트에서 일하는 누구나 주간과 야간을 오가며 근무를 한다. 이 점이 가장 신체 리듬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주간에 적응한 몸이 1주일 후에는 밤 11시에 끝나는 마트 영업시간에 맞춰서 하루가 끝나고, 야간에 적응할라치면 주간이 돌아오는 스케줄 근무가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주로 밤에 수면시간을 통해 주로 이루어지는데 정상적인 수면을 못 취하게 되면 이런 기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모발 성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머리카락보다 빠지는 머리가 많아지면서 탈모가 악화된다.


불야성같이 환한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취침시간이 너무 늦거나 수면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요즘은 밤늦게 쇼핑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분들도 많고 과도한 업무로 인해 잠을 잘 겨를이 없는 사람도 많다.


시간적으로 충분히 잠을 자는 것 같아도 자다가 자주 깨거나 깨고 나서 잠을 못 자는 사람들도 있다. 제일 문제가 되는 수면 양상은 주야간 교대근무이다. 밤낮이 수시로 바뀌어 근무를 하는 교대근무자들은 생체시계가 혼란에 빠져 인체의 이상 발생률이 높아지게 된다.4)


어느 회사가 스트레스가 없을까. 돈을 번다는 것은 자아실현이 아니라 자기 인내에 더 가깝다. 처음 입사할 때 마음 같기만 하면 우리 인생에 '퇴사'란 두 단어는 없을 것이다. 


비타민D의 섭취와 스트레스받지 않는 환경이 발모로 이어지진 않지만, 햇볕을 많이 보지 못하는 근무환경, 악성 클레임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빈약할 대로 빈약해진 내 머리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정수리가 훤한 나를 한 번 떠올려 본다. 나는 내 머리를 지키며 돈도 벌어야 했다. 단발이었던 내 머리스타일을 숏 컷으로 바꾸었다. 기분 내킬 때마다 바꾸던 헤어 컬러도 흑발로 되돌아갔다. 짧은 머리는 긴 머리보다 덜 빠진다. 


병원 찾기 전문 앱 모두닥에 따르면 대한민국 피부과와 성형외과 26곳을 조사한 결과 모발이식 비용은 평균 435만 1538원이었다. 모발이식 비용은 보통 3000모(1500낭)를 기준으로 절개식의 경우 400만 원에서 600만 원, 비절개로 삭발 머리의 경우 700만 원에서 800만 원, 머리가 길어지면 800만 원에서 1200만 원까지 비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5)


배보다 배꼽이 크다. 


Title Photo by Thomas T on Unsplash




출처


1) 탈모 방지하려면 하루에 '햇빛 20분' 쬐어라 (서울=뉴스1) 김규빈 인턴기자 | 2018-11-06 

2) 원형탈모, ‘비타민 D 수용체’가 범인 (의학신문) 2010.06.30

3) “스트레스 탈모, 왜 생기는지 알아냈다”…근원적 탈모 치료법 개발 될까 (서울신문) 김채원기자

4) 밤새면 머리카락도 샌다! (중앙일보) 2007.05.25

5) "나도 머리 심었어요"…모발 이식하면 탈모 멈출까? (한국경제 라이프) 김소연기자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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