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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Oct 09. 2022

사실 문제는 월급이야

사실 마트 현장에서 추노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강한 일의 강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월급이다.

내가 이 돈 받고 이 일 할 바에야. (쿠친을 하지. =쿠팡 친구/ 야간 op를 뛰지. 야간은 같은 일을 해도 일당이 1.5배다)

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퇴사한다. 휴학생이든, 전업이든 일하러 나온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다. 이왕 버는 거 열심히 많이 벌어가자. 


그렇다면 마트의 시급은 그렇게 형편이 없나?


아니, 경력도 자격도 보지 않는 낮은 진입장벽에 비하면 시급은 썩 괜찮다.

최초 면접 볼 때 9,990원이던 시급이, 2022년 임금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10,260원/시간으로 계약서를 썼다. 집에 있으면 1시간에 1원도 안 나오는 상황에서, 마트에서 한 시간은 오롯하게 1만 원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들떴던 날들이 있었다. 나, 돈을 벌고 있잖아? 너무 신나!


업계 최초 워라밸을 외치며 사업장 내 7시간 근무를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완벽한 일과 삶의 밸런스가 맞춰졌다. 5시에 퇴근이라니 아직도 비추고 있는 햇살, 너무 상쾌해! 그러나 이 7시간 근무에 웃을 수만은 없었던 이유는 바로 매달 말일에 돌아오는 월급 때문이었다.


2022년 최저시급 9,160원으로 주 40시간 한 달 임금을 계산하면 191만 원이 된다. 그러나 내가 소속된 대형마트는 워라밸에 맞춰 주 35시간 근무를 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받는 월급은 18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는 세전 금액이니, 세후로 따지면 160-170에 해당된다.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대신 근무 시간이 짧지 않느냐고 반문을 하겠지만, 마트 사원은 7시간 실근무 외에 1시간의 휴게시간을 무급으로 가진다. 연장근무를 해서라도 월급을 더 받고 싶은 게 현장 사원의 마음이지만 본사의 엄격한 지침에 따라 연장 근무마저 요원해진지 오래다. 그나마 관리자 급에서 매장 리뉴얼, 상, 하반기 재고조사와 같은 특급 이벤트가 있을 경우 연장 근무가 가능하다. 


내가 지원할 때 마트 매장 관리 포지션에는 두 가지 타입의 근무형태가 있었다.

하나는 내가 입사한 Staff35로 주 5일 근무, 또 하나는 Staff14로 주 2일 근무. 10년 만에 일이라 Staff14로 지원을 할까 고민했었다(내가 풀타임을 해 낼 수 있을까?). 그러나 이 Staff14는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이 안되기에 주휴수당이 해당되지 않는 포지션이 된다!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1시간 차이로 주휴수당의 대상자에서 빠진다는 게 애석할 뿐이다.


*근로기준법 제55조(주휴일)에 따른 주휴수당은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가 개근한 주에 대하여 발생한다. -이때 지급하는 임금은 당해 사업장의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일 법정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을, 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보다 적은 경우에는 1일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4주간(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주휴일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며,

-소정근로시간이란, 근로기준법 제2조 제7호에 따라 법정근로시간 범위에서 근로계약서 등으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체결된 약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


매년 오르는 물가인상률에 맞춰 상승하는 임금을, 교묘한 방식을 통해 묶어두는 이러한 전략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마트 pt로 들어가니 pt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규직 직원이었다. 2007년부터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마트 내 비정규직 사원은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되었다.

이들의 이름은 정규직이지만, 이들의 연봉은 정규직화 되지 못했다. 이들의 열악한 연봉은 상반기 성과급과 설, 추석 명절의 기본급 100% 상여금 지급을 합쳐 2400이 조금 넘는 수준에 도달한다. 기본급도 100만 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 금액이 결코 넉넉하지 않다.


결론적으로는 마트에서는 1인 가족이 딱 밥 먹고 살 정도만 번다. 1인 가족의 중위소득에는 도달하는 금액일까? 


*기준 중위소득: 보건복지부 장관이 급여의 기준 등에 활용하기 위하여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위 값을 말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급여 종류별 선정기준과 생계급여 지급액을 정하는 기준이고,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2022년 1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1,944,812원이다. 


최근에는 현장 내 사원들의 연장근무도 허가하지 않는 분위기로 야간 op조가 아니라면 200만 원은 거의 꿈도 못 꿀 수준이 되었다. 왜 이렇게 마트 직원의 임금은 낮게 형성이 되어 있을까. 왜 마트 직원은 최저시급보다 더 받지 못하는 직종이 되었을까.


그것은 마트의 일과 업종의 특성과 연관된다. 마트는 기본적으로 영업시간이 길고, 주말근무가 필수다. 

주간-야간조, 주중-주말 조로 나누어 인력을 운용한다면 그에 따르는 수당 때문에 마트의 인건비는 상승하게 된다. 그리하여 1차적으로 임금 상승을 막기 위해서 주간-야간 2교대를 순환근무로 만들어 돌아가면서 주간-야간을 골고루 담당하게 한다. 주말근무 역시 같은 이유다. 주로 주중의 2일을 쉬고 토, 일은 대다수의 사원들이 출근한다. 주중 2일의 휴무를 토, 일 쉬는 것과 동일시하게 취급한다. 그래서 토, 일 근무도 자발적 근무이며 추가 수당이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 (법정 휴일은 대체 휴일을 부여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많은 직원이 근무를 하고, 근무 시간이 길다 보니 임금은 최하위에 맞춰두면서 설령 도덕적 해이처럼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않아도 적은 임금으로 보상하니 회사도 근무자도 서로의 불만이 어느 정도 상충하게 된다. 


-단순 반복의 일이며 일의 강도가 매번 높은 것은 아니니 임금을 많이 줄 수 없지. (회사)

-근무 시간은 길고, 주말도 일해야 하는데 오늘은 내가 적당히 하는 것도 문제 될 건 없지. 심지어 최저 임금의 일이잖아. (직원)


나쁜 식으로 두 주체의 니즈가 맞춰진다.


Title Photo by Vitaly Tarano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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