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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Jul 23. 2024

책 좋아하는 사람이 하면 안 되는 것, 사서

사서학과는 없다. 도서관 사서가 되려면 문헌정보학과를 가야한다. 문헌정보학과. 문정과라고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문헌정보학과에 지원한 동기들에게 물어본다. 왜 사서가 되려고 하는지. 그러면 열에 아홉은 책을 좋아해서 라고 답한다.


나는 책을 좋아해서 사서가 되려고 한건 아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다른 구와 비교해 공공형 작은 도서관이 10개가 훌쩍 넘고, 관내 공공도서관도 두 곳이나 운영되는 곳으로, 이 모든 것은 도서관학과 출신의 구청장의 업적에서 비롯되었다.


어느 날, 두 아이를 모두 학교에 보내놓고 이렇게 인근 작은도서관에서 일을 하면 딱 좋겠다는 나이브한 생각으로 시작된 것이 2023년도 문헌정보학과 지원이었다. 수시전형이 시작된지 한참이나 지나서 겨우 수시2차 막차에 올라탄 나는 운좋게 2023학번의 신입생이 될 수 있었다.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하고 나니 동기들은 이미 안면이 있는 상태였는데, 학교에서 운영하는 사서교육원을 지원했다가 (사서교육원에 들어가려는 지원자들의 높은 평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입학처의 권유로 2년 과정의 문헌정보학과로 입학을 결정하게 된 이들이었다.

학교에는 1년 과정의 사서교육원이 함께 운영되고 있었고(준사서자격증을 취득하는데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리니 이득이다), 나는 2년과정의 전문대학의 문헌정보학과에서 나를 포함한 45명의 신입생들과 3월을 시작하게 되었다.


전국에 사서교육원은 세 군데가 있다. 성균관대, 계명대, 부산여대.


1년이라는 단기간안에 사서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서 사서직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매년 꾸준히 몰리고 있다. 도서관을 가보면 데스크에 앉아서 대출반납에 대한 업무를 보는 이들을 보면서 사서는 정말 좋겠다.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대출반납하면서, 반납된 책 정리하면 얼마나 편할까? 라고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일테다.


문헌정보학과는 들어가보니 책 보다는 책에 적인 바코드, 그 많은 책들 속에서 내가 검색을 통해 그 책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 길라잡이가 되는 책들의 식별코드. 그게 굉장히 중요한 일의 하나임을 알게 되었다. 문헌정보학과는 Library and Information Science라고 번역한다. 실제로 전공공부를 해보니 앞쪽의 라이브러리 보다 인포메이션 사이언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출간되는 수 십 권의 도서들. 도서관에 존재하는 수 많은 책들과 새롭게 들어오는 책들을 구분해주며, 누군가가 찾을 때는 정확히 그 책에 도달할 수 있게 좌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은 출판사에서도 어느 정도 수행을 하고 있지만, 사서는 결코 물리적인 책을 정리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첫 학기에는 문헌정보학개론을 배우고 나머지는 교양과목으로 꾸려졌다. 사서교육원이 1년에 끝내는 과정을 2년이라는 시간동안 배우지만, 대신에 도서관에서 필요할만한 추가 자격을 함께 이수한다. 평생교육프로그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장의 필요를 반영해 평생교육사 취득을 함께 목표로 한다. 2학기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자료조직개론, 도서관경영론, 정보분류론과 같은 전공으로 들어가게 된다. 내가 체감하기로는 3학기가 가장 힘들었다. 전공이 5과목으로 야간수업만으로 따라가기에는 버거웠는지 두 학기를 지나오며 늘 A장학금을 받았던 석차도 유지하지 못한 채 끝없이 미끄러졌다. 본격적으로 전공밭으로 들어가면서 수업에 허덕이는 자신을 보면서 내가 이 전공이 맞나 하는 생각이 본격적으로 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수업을 오가며 동기들에게 물어보면 사실 전공은 하는데 나가서 이 일을 할지는 모르겠다는 대답을 많이 한다. 내가 너무 모르고 왔나 하는 생각은 우리 대화의 단골소재다. 이십대의 동기들은 좀 더 선택폭이 넓어보인다. 대학이 처음이라 경험상 한다는 이도 있고, 해보니 별로 안 맞는 것 같아 자격은 취득하는데 사서 일을 하진 않을 것 같다고 하는 동기. 나같은 3-40대 동기들은 이미 하는 일이 있어서 취득에 목표를 두거나, 또는 진지하게 정사서2급을 취득하려고 더 알아보는 이들. 


실제로 현재 계약직 사서로 일하고 있는 동기들은 그래도 내년 신규 지원에 있어 가장 희망적인 타입이다. 나는 도서관 계약직 근무나 자원봉사 등 경험이 1도 없기에 졸업이 가까워져오면서 오히려 더 고민이 커졌다. 준사서를 취득하는 이들은 사서교육원, 전국에 2-4년제 문정과 전공자들로 넘쳐난다. 내가 준사서 자격증 하나만으로 경쟁력이 있을까? 그러면서 나는 공시라는 문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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