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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Dec 11. 2020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

모든 곳에서 거절당한 날 브런치가 문을 두드렸다

모든 곳에서 거절당한 날이었다.


11월 매 주말을 다 바쳐서 오직 책과 노트북과 씨름하여 뽑아낸 원고들.

그래도 목표점이 있어서 신나게 달렸고, 늘지 않는 글에서 결말을 봤다는 기쁨도 있었다.

11월 30일까지 열심히 무언가를 적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서, 또는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서.


이제껏 살아온 발자취들을 그때의 성취도로 가늠하는 나는, 요즘처럼 나아간다는 느낌이 없을 때 쉬이 우울감을 느끼고 무력해지곤 한다.


<내 일상은 왜 이렇게 무기력하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살지?>

<저 아이는 왜 저렇게 씩씩할까?>

하는 잡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글쓰기를 하면서부터다.


<이거 쓰고 싶네, 이 느낌을 뭐라고 풀어쓰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모든 것이 글쓰기로 수렴되면서 나머지 잡념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책을 읽고, 갈무리를 하고, 혼자 그 책을 다시 쓴다는 느낌으로 발췌하고 요약하다가, 마지막 과정에서 나오는 한 편의 글은 내게는 꽤 소중한 결과물이었다.


12월에 들어서니, 12월 11일 결과 발표일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바쁘게 일상을 보내면서도 내심 발표일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면, 마치 월요일에 로또를 사고 토요일까지 기다리며 당첨되면 뭘 하지 하는 혼자만의 상상 속에 빠진 이처럼 얼마나 들떠 있었던가.


김칫국을 누가 마시랬던가?

모든 곳에서 거절을 당한 원고들.

불금이 술금이 되는 순간이었다.


허허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고, 주방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니 선반에 무심히 놓인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브런치 글 몇 개 보고 하루 마감할-까 싶었다. 그런데 없던 브런치 알림이 눈에 띈다.

<뭐지?....?!... 시스템 오류인가?...? 매크론가?>

식탁 위 노트북을 급히 켜 본다.

브런치, 내 브런치, 알림에 들어가니


<실화인가....?>

싶어 살펴보니, 브런치 첫 페이지에 나의 글이 걸린 것을 알게 되었다.


수상이 목적이라면 이제는 글을 쓰지 말아야 할 것만 같다. 내 글은 심사위원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방법이 틀린 걸까? 생각이 들며 다시 그 글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어쩌면 수상보다 더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버리지 못한 물건' 역시 11월에 썼던 글 중 한 편으로 퇴고를 거쳐 서랍에 넣어두었던 글인데, 낙방 소식을 듣고 아쉬운 대로 작가의 서랍에서 발행하여 세상의 빛을 보게 했다.


그런데 이 글이 내 (15여 편의 글 중) 첫 브런치 글로 선택받은 것이다. (블로그도, 브런치도 살면서 메인에 걸릴 일이 있으려나 싶었다.) 기분이 얼떨떨했다. 그나마 몇 번이나 퇴고를 거친 글이 메인에 걸려 다행스럽기도 했고...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이 함께 찾아온 날.

내가 왜 쓸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날.

글 쓰면서 드는 이 마음은 뭘까 다시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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