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는 2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하나 있고, 같은 해에 결혼을 함으로써 나는 어머님의 며느리가 되었고, 동서의 형님이 되었다.
9년간의 결혼생활동안 초창기에는 공통의 관심사가 없었기에 데면데면했지만, 2015년에 동서 집에는 딸이, 우리집에는 둘째 아이가 태어나며 '육아'라는 공통분모가 형성이 되었다.
그전에는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아이를 키우며 드는 품에 대해 나누며, 때로는 서로 챙기며 그 간의 간격을 메우게 되었다.
우리 집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 학예회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고 감격스러워 눈물을 보일만큼 감정표현에 솔직한 동서는 그만큼 자주 전화를 걸어왔다.
어떤 일이 힘들어서.
어떤 일이 잘 안 풀려서.
그런데 나는 그런 전화에 서투른 타입이었다. 우선은 내가 힘들다고 전화기를 붙들고 전화한 누군가가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다. 그건 꼭 친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고, 연애할 때 상대방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전화를 받고 있는 날이면, 모종의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전화가 오는 빈도는 잦아졌다.
<형님,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어요>
<왜? 주인이 집 비워달래? 그래도 계약기간 남았으면 집주인이 팔아도 세입자는 계속 살 수 있는데?>
<아니요, 3개월 후면 계약 끝이라 어차피 나가야 되는데 집주인이 집도 낸다고 하네요>
(마음의 소리;그럼 쫓겨나는 건 아니라, 이사를 가야 한다는 말이네)
여하튼 이런 전화를 받게 되면 주고받는 대화가 결국은 한달 벌이, 나가는 돈, 시댁 이야기 등으로 빠지기 일쑤다.
차라리 친구사이라면 시원하게 이야기할 텐데, 우리 집(큰집), 어머님, 동서네(작은집)이 가족으로 얽혀 있다 보니 어느 입장 하나에서라도 시원히 말할 수 없는 게 사실은 큰 스트레스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화통화 후에 남편에게 나도 모르게 가시 돋친 감정이 전해지곤 했는지, 어느 날에는 남편이 동서랑 굳이 그렇게 스트레스받으며 전화할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전화가 오는걸 어떻게 해?> 남편 왈 <내가 전화하지 말라고 말할게.> <그럼 그러든지> 하며 대꾸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