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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Dec 18. 2020

일본에서 살며 받은 첫 문화충격

일본에서 음식물쓰레기 버려보셨나요?

호주에서 첫 셰어하우스 호스트를 만난 날, 다행히 한국 체류 경험이 있었던 호주인 호스트에게 가장 먼저 들었던 한국 이야기는 색깔구분된 분리수거함에 관한 것이었다.



주택살이 30년, 요즘은 아파트와 공동 주택에서 별도의 재활용품들을 배출하고 관리하기도 하지만, 주택 라이프에서는 요일과 시간, 그리고 품목에 맞게 분리 배출하는 게 꽤 중요했다.


마구 뒤섞인 병과 플라스틱, 종이 뭉치가 담긴 박스가 수거 거부되어 다음 날 아침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경우?

상쾌하지 못한 하루의 시작이 된다.


그런 내게, 일본 맨션 관리 아저씨께 전해 들은 말은 문화충격 그 자체였다.


< 일반쓰레기랑 자원(재활용 품목 중 3가지 '병, 페트, 캔'을 일컫는다) 배출방법은 주신 안내문에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음식물쓰레기는 어떻게 버려야 하나요?>


< 일반쓰레기에 같이 넣어서 버리면 됩니다>


<?!!!!>


그 말을 듣고도 정작 음식물쓰레기를 일반쓰레기에 함께 넣어 버리려니 왠지 께름칙했다. 이러면 한국에서는 절대 수거 불가이며, 아파트 내에서도 분리 배출되지 않은 쓰레기는 배출장에 전시가 되기 마련이었다. (분리배출 요망!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선)


남편에게 이 충격적인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니,


< 일반쓰레기를 가연성 쓰레기로 다 태운다고 나오네, 고열로 다 태우면 음식물도 같이 버리는 건 상관없을 것 같은데? >

< 그래, 그런 방법으로 한다면 같이 버리는 것도 문제가 안 되겠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그래도 정서상 음식물을 함께 섞어 버린다는 게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그러지.>

각 지역마다 배출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고베에서는 전용봉투를 구매해야 하고, 파란 봉투는 일반쓰레기, 투명 비닐에는 자원류(병, 페트, 캔)를 담아 수거요일에 지정장소에 둔다

한국에 비하면 종량제(?) 봉투 가격이 월등하게 저렴한 편이었다. 10장이 한 묶음으로 15L, 30L, 45L로 나뉘어져 있고, 가격은 15L*10장이 85엔 정도 했다. (장당 90원 정도, 한국 현 거주 지역의 경우 10L*10장이 4400원, 장당 440원이 된다)

한 동네 안에서도 배출구역이 다 다르다, 집 앞에 있다고 거기 버리면 안됨! 우리는 20M 떨어진 중학교 앞이 지정장소였다.

아침에 쓰레기를 배출하는지라, 출근길에 각각의 봉투 꾸러미를 들고 나오는 직장인 이웃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오전 8시 반이 넘으면 수거를 시작하기에, 루 일과의 시작은 재활용품을 모은 봉투(혹은 일반쓰레기)를 묶어 내는 것이었다.


일반쓰레기 배출장소에 가면 커다란 초록색 그물이 놓여 있다.(이건 뭘까?)

이 그물은 쓰레기들을 덮어두는 용도로 쓰였는데,  도심지에 상주하는 까마귀들이 쓰레기를 파헤치는 것(음식물을 얻으려고)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내가 음식물을 함께 넣은 종량제 봉투를 그물 끄트머리에 슬며시 밀어 넣고 왔더니, 이 영리한 까마귀들은 또 그걸 어찌 알고 비닐 아래쪽을 부리로 쪼아서 봉투를 뜯어 길거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다 ㅠㅠ)


이것저것 생각 않고 넉넉한 비닐봉지에 척척 온갖 것들을 넣어 (한큐에) 버리다가, 다시 한국에서 식사 후, 설거지 후, 잔반의 물기를 제거하고, 별도의 보관통에 넣어 다가 음식물 카드를 들고 밤이면 총총총 잰걸음으로 수거함에 다녀오는 생활이 또 생경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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