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오드 Jan 08. 2021

일본 노키즈존 없나요

고베 식당 키즈 메뉴들 한 번 보실래요?

노키즈존이라는 용어는 2014년부터 사용되었다. 그 이전에도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장이 없지는 않았으나, 노키즈존이라는 이름을 달고 확산되어 2016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2017년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가 한 이탈리아 음식점이 설정한 노키즈존에 대해 판단하며, 일률적으로 아동의 출입을 금지하지 않을 것을 해당 업장에 권고하기도 하였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 내에 370개 이상의 노키즈존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1)



일본에 노키존이 없느냐, 그렇진 않았다.

(심지어 일본에도 맘충과 비슷한 의미의 '키치 마마(キチママ/상식적이지 않은 엄마)'라는 용어도 있다(2))


다만  고베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통제 안 되는 아이와 다른 테이블에 민폐 끼치며 밥 먹는 죄인 모드'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외식 한 번이 쉽지 않았다.

영유아일 때는, 곤히 잠에 빠져 있다가도 메뉴가 준비되어 나오면 기가 막히게 깨어나거나(애미야 안아다오), 잘 놀다가 먹던 밥을 흘이 버렸다고 징징거리며 엄마의 혼을 쏙 빼놓고, 엄마의 배고픔은 안중에도 없이 본인의 배고픔이 우선인 날들. 그래서  반도 못 먹은 음식을 남기고 일어서야 했던 간들.

(영유아 데리고 왜 굳이 외식하러 가냐고요? 엄마 아빠이기 이전에 곱창에는 소주, 가을 전어에 매운탕으로 마무리, 돼지갈비 구워 냉면에 휘감아 먹던 보통 사람이었습니다. 집밥도 부지런히 해 먹지만 바깥 음식이 그리운 날들이 있답니다. 외식 가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꼭 먹고픈 날이 있지요, 그런 날.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 같은 바로 그 메뉴.)


그때에 비하면 조금 더 컸지만, 이때부터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나이로 접어들어 어떻게든 장난치며 엄마의 혼을 빼놓는지. 나가서 먹는 한 끼가 집안일을 덜어주어 좋긴 한데, 막상 식당에서 마주할 전쟁 같은 시간들에 여전히 외식을 주저하게 되는 날들이었다.


일본에 갈 때 아이들은 각각 5세 7세였다. 떠나기 전부터 아들 둘 삼시 세 끼를 매번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걱정이 컸다. (떠나기 전) 한국도 아닌 이국 땅에서 외식은 꿈도 못 꿀 옵션이었다.


초반에는 지리를 익히느라 그냥 지나쳤던 곳곳에 식당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식당 앞 쇼케이스에는 친절히 모형으로 메뉴들이 만들어져 전시되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이들도 먹을 만한 메뉴들이 있었다.


키즈 전용 메뉴가 있을 뿐만 아니라(*우리나라에서도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 가면 키즈 메뉴가 잘 나온다. 그러나 매번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갈 순 없었다.) 저 옆에 있는 장난감은 밥 먹으면 주는 건가? 싶은 것들이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일단 들어가 메뉴판을 보고 어른 하나와 아이 둘을 위한 메뉴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스태프분이 곧이어 바구니를 가지고 좌석으로 왔다. 아이들 장난감을 하나씩 고르면 된단다. 간단한 장난감들은 아이들이 메뉴 나오기 전까지 자리를 지키게 했고, 밥을 먹으면서도 <이거, 밥 잘 먹으면 집에 가져갈 수 있으니까 우리 열심히 먹어보자.> 하 아이들에게 배고픔 말고도 밥을 먹어야 할 적절한 이유와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키즈 메뉴는 먹기도 좋았지만,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 음식들에 아이들도 처음으로 손님으로 대접받는 기분을 맛보게 했다.


한국에서 아이를 데리고 외식했을 경우, 주로 어른들 위주의 상차림에 아이들은 돈까스, 주먹밥 등 단조로운 메뉴가 주를 이루었고, 더불어 주먹밥 같은 경우는 정말 영양이라고는 고려하지 않은 구색 맞추기식, 딱 그 정도로 제공되었다. 한국식 BBQ가 주된 외식 메뉴다 보니 아이들은 공깃밥에 어른들 반찬을 같이 먹는 정도, 아이들이 먹는다면 된장찌개에 매운 고추를 빼주는 정도의 배려가 떠오를 뿐이다.


고베에서 하루 한 끼 외식을 하게 되면서, 한 명의 아이도 한 사람의 게스트로 대하는 분위기는 아이에게도 좋았다. 장난감 받고 싶은 마음 반, 엄마 식사를 나눠먹는 게 아니라 자신의 메뉴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짐을 배웠달까. 실제로 주말 아이 동반 가족들이 많이 찾는 아쿠아리움에 갔을 때, 점심시간 풍경이 인상 깊었다. 테이블을 꽉 채운 각양각색의 아이와 부모들. 어느 테이블에서도 스마트 기기를 앞에 두고 밥을 먹는 풍경을 볼 수 없었다. 그게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이들과 현지에 적응해가면서 매일같이 나들이를 다녔다. 집에서 든든히 한 끼를 먹고 나선다. 활동이 많은 날은 과감히 점심과 저녁까지 외식을 하고 들어간 적도 있을 만큼 한국에서 나를 짓눌렀던 외식 포비아에서 점점 벗어나게 되었다.


초반에 외식이 뭔가요, 집밥만 주구장창 먹었습니다
함박스테이크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급할 땐 우동만한게 없었구요, 메밀국수도 잘 먹더군요
한국프렌차이즈레스토랑같은 로얄호스트에서 키즈메뉴/ 주머니 가벼운 학생을 위한 세이제리아/  아이들 생애 첨 말차아이스크림
우리나라 이케아 기본 메뉴가 김치볶음밥이라면, 고베이케아에는 커리/  고베 과학관에서 아이들 메뉴 역시 커리/ 커리와 함박스테이크는 키즈 메뉴 양대산맥!
초밥집에 들어갔더니 참치회덮밥이 키즈 메뉴였습니다 선물로 요요가 나왔네요/ 오므라이스와 미니 함박스테이크/ 단짠의 소고기덮밥도 많이 먹었지요
음료 커피가 포함된 식사/ 함박스테이크 정식/ 아리마 온천마을에서도 덮밥을 먹었네요
스스로 먹는 어린이/ 모형과 똑같이 나와서 걱정 없는 메뉴 선택(진열 장난감 3가지 중 택1 )/ 밥 잘 먹으면 장난감 다 너의 것

출처 (1) 위키백과, 노키즈존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2) SBS 뉴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404011&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은 왜 자차보다 전철을 선호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