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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광장 Jan 15. 2024

          전문가의 한 우물 파기

10년 전 우리는 멋진 강사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가슴에 품고 만났다. 1년 내내 교육장이란 교육장은 모두 찾아다니며 교육을 들었다. 이런저런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잘 팔리는 강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서로 비슷한 처지이기에 정보도 끊임없이 물어 왔다.  

   

처음에는 동료들 얘기에 휩싸여 이런저런 교육을 들었다. 교육을 듣고 어설픈 내용을 가지고 교육 현장으로 나갔다. 교육을 끝내고 나면 항상 불편했다. 내 옷이 아닌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섰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초라했다. 몇 푼 안 되는 강의료를 위해서 교육생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이 컸다.      


처음 강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했던 자격증은 1년 후에 취득했다. 이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 다른 자격증은 취득하지 않았다. 자격증은 취득했지만 들어오는 강의 의뢰는 거의 없었다. 다른 동료들은 저렴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강의를 지속적으로 했다. 폭도 넓혀 갔다.    

 

강의가 없는 나에게 함께 하자는 유혹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폭을 넓히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고자 했던 교육 내용도 내가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자격증은 취득했지만 공부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어쩌다 한 번 강의를 하고 나면 불만스럽게 쳐다보는 교육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교육생들의 그런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밖에 없었다. 다른 동료들도 같은 처지였다. 한 번 강의를 하고 나면 서로 교육생들의 반응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나의 강의가 부족해서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돼먹지 못한 교육생들로 몰고 가는 형국이었다. 상대방의 반응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왜 교육생들이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  

   

나는 교육생들의 그런 반응이 충분히 이해됐다. 내가 내 강의 내용과 전달 방법을 보았을 때 어설픈 부분이 많았다. 이 어설픈 부분을 매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공부였다. 나는 이 부족한 부분을 매우기 위한 공부를 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강의를 모두 접었다. 함께 활동했던 강사들 중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분도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함께 했던 동료들 중에 강사로 남아 있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 나의 생각으로는 여러 우물을 팠던 강사들은 지쳐서 그만둔 것 같다. 여러 우물을 파려면 그만큼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24시간 똑같다. 이 시간에 그 강의를 잘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충분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 강사는 지친다. 교육생들의 불만스러운 태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어떤 일이든 일이 끝난 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일은 지속하기 어렵다. 지속한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다. 공감을 얻어내야 하는 일의 경우는 더욱 서로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동료 강사들이 떠난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그런대로 만족하며 강사로 남을 수 있는 것은 한 우물을 팠기 때문이다. 한 우물을 팠기 때문에 좀 더 깊게 공부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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