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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광장 Jan 16. 2024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나는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여자는 중학교까지만 다녀도 충분하다는 얘기가 일반적이었다. 나 역시 고향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공장생활을 3년간 했다. 3년간 번 돈으로 고등학교에 갔다. 이후에도 이런 식으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을 갔다.   

  

유학 시절 남자를 만나 중간에 포기하고 귀국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것을 해보고 경험했지만 이것은 정말 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은 있다. 항상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핑계이기는 하지만 집안에서 반대하는 공부를 지속하다 보니 책을 읽을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 내가 지속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40대 이후부터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책을 읽어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갈 수 있는 독서량이 되지 않는다. 남들은 학창 시절에 이미 읽었을 만한 책도 나는 못 읽고 있는 상황이다. 

    

책도 요령 있게 읽어야 머리에도 남고, 지식적으로 쌓인다. 책은 읽고 있어도 집중력이 향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장만 넘기고 있을 때가 많았다. 책을 몰입해서 읽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책은 읽었지만 지식적으로 쌓인 것은 없다. 하지만 이제 책을 몰입해서 읽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책을 읽다 보니 이제 글 쓰는 것이 재밌어졌다. 하고 싶은 것이 하나 더 늘은 셈이다. 이 나이에 하고 싶은 것이 두 가지나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잘 하는 일은 없지만 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나 있다. 그럼 성공한 것이다. 남아 있는 여생을 책 읽고, 글 쓰면서 여행 다니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 두 가지를 하며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왔다. 해야만 했던 일, 할 수밖에 없던 일, 하기 싫어도 억지로 했던 일 등을 거쳐서 왔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잘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찾고 싶다면 우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것이다. 해보지 않고는 내가 잘할 수 있는지 좋아하는지 알 수 없다.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의미가 사라진 시대이다. 우선 다닐 수 있는 직장에 들어가서 해보는 것이다. 해보고 잘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되면 그냥 나오면 된다. 겉에서 보는 것과 맞닥뜨려 해보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신기하게 좋아질 수도 있다.

     

블로그를 알게 된 것도 축복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책을 읽은 후 블로그에 글을 쓰는 순환이 행복하다. 나이 들어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이 들수록 지식적인 일을 해야 치매에 안 걸린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고 행복한 일이다.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어려움에 부딪혀도 긍정적인 에너지와 동기부여를 유지할 수 있다. 그 일에 시간을 보내는 동안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힘들어도 끈기 있게 나아갈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 내가 책을 읽다가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고,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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