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꼬와 뒤꿈치

by BONNIE C



‘톡, 톡’


바위를 치고 스틱을 땅에 박았다. 경사진 흙길 사이로 정확히 박혔다. ‘응차’ 두 팔로 땅을 당기는 기분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손아귀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오르막 구간이었다. 내 앞에는 S가 있었고, 둘 뿐이었다. S가 헛디딜까 봐 조바심이 났다. 다리는 묵직했고, 자꾸만 뒤에서 누군가 끌어내리려 하는 것 같았다.


함께 걷고 있지만, 서로의 걸음에 정확히 발을 맞춰본 적은 없었다. S는 묵묵했고, 나는 자주 뒤를 돌아봤다. 말은 없어도, 조심스레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B, S!”


우렁찬 목소리가 산에 퍼졌다. S와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 내려와요!”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다른 길은 없었다. 애써 올라온 길인데 왜 다시 내려오라는 거지? 못 들은 척, 가던 길 가려고 은근슬쩍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차가운 도시에 사는 여자처럼 날카로운 소리가 뒷덜미를 붙잡았다.


“내려오라고요!”


별수 없이 힘겹게 오른 길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쌩돈을 날린 기분이었다. 우리를 부른 이는,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던 유일한 한 사람, 동서트레일 시범단의 대장이었다.


그녀는 유난히 긴 다리를 가졌다. 꼿꼿하게, 힘차게 걸었다. 그녀의 한 걸음이 나의 두 걸음 같았다. ‘걷기’가 재능이라면 그녀는 타고난 듯 했다. 저만치 앞서 있다가 이제는 한 참 뒤에서 우리를 불러 세웠다.


무슨 실수라도 했나 싶어 머쓱하게 다가갔다. 여러 사람들이 산 중턱 정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같이 갑시다. 무슨 일 있어요?”


오히려 그녀가 우리에게 물었다. 어리둥절해서 S와 나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이건 경주가 아니잖아요.”


걷다 보면 쉬는 게 더 힘들었다. 더구나 배낭을 메고 여러 사람과 산을 오를 땐 더 그랬다. 앞서 걸으면 쉴 때 사람들이 올라오고, 그때 다시 걷기 시작하면 되었다. 뒤에서 걸으면 기다리는 사람에게 미안해서 편히 쉬지도 못했다.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 기다리는 쪽이 마음이 더 편했다.


대장은 갑자기 일어나 각자의 엉덩이를 만져보라고 했다.


“단단한가요?”


사람들은 멋쩍게 웃으며 손을 옆구리로 가져갔다.


“엉덩이에 힘주지 않으면 다쳐요. 단전에 힘주고 똥꼬를 꽉 짜세요.”


그녀는 사뭇 진지했다. 오히려 그게 더 웃겼다. 동서트레일 시범단 누구도 백패커로 초보인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각자의 리듬으로 걷고 있었고, 말은 없어도 누군가 배낭을 벗으면 따라 앉고 물병이 돌기도 하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한 분이 무릎 부상으로 나중에 합류하실 거예요.”


순간, 눈에 띄지 않았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생태계 보호 활동을 하던 분이었는데, 신발을 잘못 신고 와서 걱정했던 기억이 났다


“걸을 때 앞사람 뒤꿈치 본 적 있나요?”


뒤꿈치가 보이면 잘 걷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발을 질질 끌지 않고, 무릎과 엉덩이를 잘 써서 걷는 의미라고 했다. 살아오면서 작정하고 누군가의 뒤꿈치를 본 적이 있었던가. 뒤꿈치가 보이려면 보폭이 커야 했다. 일부러 그렇게 걷도록 훈련을 받는 군인처럼 대장이 잘 걷던 모습이 스쳤다.


걷는다는 건, 당당하면서도 결국 뒷모습을 내보이는 일인 것일까.


등을 타고 흐르던 땀은 식었다.


“이제 걸어 볼까요? 똥꼬에 힘주고 뒤꿈치를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