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않았던 날이었다면
“원장님은… 왜 그렇게 쉽게 말하세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순간 멈칫했다.
나는 말을 쉽게 한 적이 없다.
아니, 쉽게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진료실에서는
늘
‘그 말’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괜찮아질 거예요’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
그 한마디 뒤에 따라오는
책임과 무게를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 신중했다.
그 말을 꺼낼 때마다
스스로를 몇 번이고 다듬고,
정말 그럴 수 있을지
내 안에서 조심스레 확인했다.
하지만 그날,
그 환자의 목소리에는
지친 숨이 가득 묻어 있었다.
올 때마다
툭툭 떨어지는 말투,
매번 이어지는 한숨.
나는 그 마음을 받아들이면서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날은 내 안의 그 피로가
얼굴을 드러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꺼낸 말이
도움이 아니라
거리로 느껴졌다면,
그건 아마도
내 마음이 먼저 닫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정말,
다 알고 있다고
다 괜찮다고
말한 적이 없었지만—
그날,
그 환자는 그렇게 들었고,
나는 그렇게 전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먼저 지쳐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그 말이
너무 쉽게 들렸던 건 아닐까.
의사는 환자보다 먼저 지쳐서는 안 된다고,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날,
나는 이미 지쳐 있었다.
그랬던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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