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되길 참 잘했다.

사랑을 마음껏 주어도 괜찮은 단 하나의 자리

by 조자연



"너는 왠지 모를 벽이 있어."


내가 더 많이 사랑했던 연애가 끝났을 때,

그 사람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누군가 가까워지려 하면

조용히 한 발 물러서는 사람.


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았고,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늘 어딘가 어색하고 어려웠다.


그런 내가,

지금은 하루 종일 사랑을 건넨다.


한의사가 되고,

진료실에 앉게 되면서

내가 변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자리에서 나는,

마음을 건네도 괜찮고,

다정한 말을 아끼지 않아도 된다.


내 사랑이 전혀 불편해지지 않는

단 하나의 자리.


내가 아무리 다정해져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유일한 공간.


어쩌면 이곳이,


내가 처음으로

사랑을 주고받는 법을 배운 자리

일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내 마음을 다 주어도

나는 안전하다.


여기서 나는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만큼은

내 다정함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

혼자만 사랑하는 건 아닐까,


그 어떤 두려움도 없어도 된다.



사랑이 서툰 사람이 사랑을 연습하는 공간,

그게 내 진료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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