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던 마음

무너져도 괜찮다는 걸 몰랐던 사람

by 조자연

한약이 잘 듣는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그런데 곧이어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근데,,, 솔직히 한약은 신뢰가 안 가요.”
“그냥 한 번 와본 거예요.”





“괜찮아요. 처음엔 다들 그래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표정은 부드러웠고,

말투도 흔들리지 않았다.


처방을 마무리했고,

다음 환자를 맞았다.


하지만 속에서는 작은 충격이 일고 있었다.

그 말은 은근하게,

그러나 분명히 나를 흔들었다.



“신뢰가 안 간다”는 말은
치료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


하물며, 그 말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듣는 순간은 꽤 날카로웠다.



진료가 끝난 밤,
그 말이 자꾸 떠올랐다.


나는 정말 괜찮았을까.
아무렇지 않았던 건 아닐 텐데.


사실은
그 말에 담긴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날 내가 한 일은 단 하나.
무너지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


웃고,
처방을 하고,
좋은 기분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


나는 늘 그렇게 해왔다.


감정을 눌러두고,
말을 다듬고,
겉으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내왔다.


큰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으니까.


상처받지 않는 사람,
무례도 흘려보낼 줄 아는 사람,
감정보다는 전문성을 앞세우는 사람.


그게 어른이고,
전문가의 태도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분명히 무너졌다.


다만 그 흔들림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웃는 사람이 되었을까.


속은 복잡한데,
늘 다정한 말로 마무리하고,
표정으로 감정을 덮어버리는 사람.



아마도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크지 않다.

흔들리고,
상처받고,
때로는 무너진다.


그런 나를 인정하지 못한 채
버티는 얼굴만 보여주며 살아왔다.



그래서 그날도,
결국은 다정함을 택했다.


크고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게,
그게 더 편했으니까.





그날 그 말 앞에서,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 말, 진짜 속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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