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났다
“집에 뭔 일 없제?”
나를 보자마자,
이 말부터 나왔다.
여느 때처럼
너털웃음을 지으며,
툭, 내뱉듯이.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났다.
나보다 나이가 두 배는 되었고,
목소리는 치료실을 울릴 만큼 쩌렁쩌렁했다.
누구에게나 반말이었고,
큰 몸짓, 큰 손, 큰 웃음,
무엇이든 크고 선명했다.
어떤 날은 청와대에 다녀왔다고 했고,
다른 날은 1인 시위를 하고 왔다며
자랑처럼 손에 쥔 전단지를 내밀기도 했다.
며칠 보이지 않다가 나타나선
미국에서 막 돌아왔다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들렀다고 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그게 농담인지 진실인지
굳이 따지지 않게 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분이 보이지 않았다.
몇 달쯤 흘렀을까,
다시 나타난 그는
예전과 똑같은 말투,
똑같은 웃음으로 말했다.
“집에 뭔 일 없제?"
여느 때처럼 너털웃음과 함께
크고 거친 목소리로 툭 던지듯.
나는 아는 척도 못 하고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났다.
당신은 몰랐겠지만,
그 사이 나는 한 사람을 잃었고,
마음은 깊은 그늘로 가라앉아 있었으며,
내 몸을 회복시킬 힘조차 없었다.
그는 아마
내 눈물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봤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을 사람이다.
가끔,
아무렇지 않게 던져진 말이
그 어떤 위로보다 깊이 스며들기도 한다.
그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울음을 부르기도 한다.
나는 그 말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아무도 몰랐던 내 시간을,
누군가 건드려준
그날의 기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