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힘든 당신에게

내가 12월을 지나는 법

by 조자연


"제가 아이를 겨울에 낳아서 그런가... 겨울만 되면 아픈가 봐요."


"20년 전에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게 12월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12월만 되면 꼭 몸이 아파요."




진료실에서는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그곳이 동네 한의원 진료실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왠지 이곳은, 이런 말을 해도 이해해 줄 것 같아서...


이런 스토리는 너무 많다.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기억이라는 게 몸을 따라다니니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늘 의문이 남았다.


겨울과 12월, 이런 것의 경계는 결국 사람들이 나누고 붙인 것일 뿐인데,

그 경계에 맞춰 반응하는 우리 몸은 결국 '마음'이 쥐고 흔드는 게 아닐까.


달력은 종이일 뿐인데,

우리는 그 종이에 다친다.




그리고 12월이다.


12월은 몇 년에 걸쳐 가까운 사람을 세 번 떠나보낸 달이다.

각각의 이유는 다르고, 내 마음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는 것.


그래서 12월은 나에게 더 이상 그냥 숫자, 그냥 연말이 아니다.

12월은 유난히 불안하고, 외롭고, 우울하고, 힘든 달이다.


이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인데,

생각은 자꾸 내 몸을 끌고 간다.


나는 고정관념에 나를 고정시키고 싶지 않다.

그 12월들이 지금의 12월이 아니니까.


그리고 나는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이고,

잘 이겨내 왔고,

여기에 굴복할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그렇게 씩씩하게 잘 사니' 싶을 정도로,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어쩌면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삶을 만들어 왔고 이어왔다.


그런데 12월은 쉽지가 않다.


외부에서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도,

12월이 되면 몸이 먼저 힘들어진다.


그때 내 몸에 가해졌던 감각들.


심장에 구멍이 뚫려

가슴 앞뒤가 뻥 뚫린 것 같은 느낌.

그 사이로 찬 바람이 휑하니 지나가는 냉감.


잇몸이 치아를 붙잡지 못하여

모든 치아가 빠져버릴 것 같아

음식을 전혀 씹을 수 없던 그 느낌.


해가 뜨기 전, 차가운 새벽.

혼자 집을 나서며 하늘을 향해했던 혼잣말들.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괜찮아지려나.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20년이 지나도 30년이 지나도 아프다는 그분들처럼

나도 계속 아프려나.


그때 치료를 했어야 했는데

사는 것이 바쁘기도 하고

그냥저냥 괜찮은 것 같아서 치료를 안 했더니

이제 와서 한 번에 다 온다던 그 환자의 말처럼,


이렇게 버티는 나도 언젠가 한꺼번에 무너지려나.


아니면

이렇게 이겨내면

한 해 한 해 지나면

조금씩 괜찮아지려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는 알고 있다.

몸은 시간의 사건을 잊지 않는다.

특히 '안전'이 무너졌던 순간의 감각을.


그래서 어떤 달이 유난히 아픈 건

그 달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 달에 저장된 기억이 특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기억은

생각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냉기, 구멍, 헐거움, 새벽의 어두움 같은

감각으로 남는다.


그래서 12월의 어려움은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신체 기억의 되살아남에 가깝다.


올해 12월은 거의 갔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질문을 나에게 해보려고 한다.


나는 지금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고 버티고 있는가.

아니면 '살기 위해' 나를 돌보고 있는가.


12월은 올해도 어김없이 나에게 아픈 달이다.

하지만 그 아픔이 곧 내가 나약하다는 증거는 아니다.


오히려 내가 그만큼 나와 그들을 사랑했고,

그만큼 큰 일을 겪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살아냈다는 증거다.


나는 두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12월은 늘 온다.

그리고 나는 늘 지난다.

올해도, 다음 해도 - 그렇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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