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만들어내는 신체적 반응 (11)
생리통은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흔한 통증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달 같은 생리인데 통증의 강도는 달라집니다.
어떤 달은 참을 만하고,
어떤 달은 숨이 막힐 만큼 아프고,
진통제를 먹어도 몸이 굳어버리는 달이 있습니다.
검사를 하면 대개 이런 말을 듣습니다.
"초음파는 괜찮아요."
"큰 이상은 없습니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통증이 반복된다면,
그 말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자궁은 '혹'이 있어야만 아픈 기관이 아닙니다.
자궁은 몸의 컨디션, 신경계의 긴장, 혈류의 상태, 염증의 톤에 따라
같은 수축도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대개 '감정'이 있습니다.
감정을 말할 때 우리는 종종 "스트레스"라고 하나로 묶습니다.
하지만 몸은 감정을 그렇게 단순하게 처리하지 않습니다.
불안은 몸을 경계하게 만들고,
분노는 열과 긴장을 만들고,
억울함은 풀리지 않는 정체를 만들고,
죄책감과 책임감은 몸을 오래 버티게 만듭니다.
이 감정들은 각기 다른 경로로
염증, 면역, 순환을 흔들고,
그 결과로 자궁은 더 아프게 수축합니다.
불안과 긴장이 오래 지속되면
몸은 쉽게 "과민한 염증 상태"로 기울 수 있습니다.
생리 기간에는 원래도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들이 증가합니다.
그런데 감정이 만든 염증 톤이 높아져 있으면,
같은 생리라도 자궁은 더 강하게 수축하고,
통증은 더 날카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달이 있습니다.
생리 전부터 몸이 예민해지고
두통, 턱·목 긴장이 같이 올라오고
피부 트러블이 심해지고
작은 자극에도 감정이 쉽게 폭발하는 달
이때의 통증은 '수축' 자체보다
몸 전체가 이미 염증성 긴장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통증이 더 크게 증폭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울함, 서러움, 해결되지 않은 관계 스트레스는
몸을 오래 긴장시키고, 회복을 늦춥니다.
이때 나타나는 특징은
통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함께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생리 전후로 몸살처럼 컨디션이 떨어짐
입안이 헐거나 목이 붓는 느낌
피부가 갑자기 뒤집힘
부종이 심하고 무기력감이 오래감
이런 패턴은
면역계가 과열되거나, 혹은 회복 모드로 전환되지 못해
생리라는 변화에 '과하게 반응'하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몸이 과민해진 상태에서는
자궁 통증도 훨씬 쉽게 커집니다.
분노와 억눌림은 몸에 '정체'를 만듭니다.
특히 "말을 삼킨 감정"은
아랫배의 뭉침으로 내려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의 통증은 이렇게 표현됩니다.
아랫배가 돌덩이처럼 뭉친다
쥐어짜듯 아프다
허리까지 당긴다
덩어리(혈괴)가 많이 나온다
찜질하면 확 좋아진다
순환이 원활하면 자궁은 부드럽게 수축하고 배출합니다.
하지만 순환이 막혀 있으면
자궁은 더 강하게 수축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경련성 통증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차가움"이 함께 있는 사람은
순환이 더 쉽게 떨어지고,
통증도 더 오래갑니다.
한의학에서 생리통은 대개 "흐름"의 문제로 봅니다.
기가 막히면 혈도 막히고,
막힌 상태에서 배출이 일어나면 통증이 생깁니다.
간기울결(肝氣鬱結)
참는 감정, 억눌린 분노, 관계 스트레스가 오래될 때
기운이 풀리지 않아 하복부 뭉침·생리 전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체혈어(氣滯血瘀)
정체가 깊어져 '어혈'의 형태로 굳어질 때
쥐어짜는 통증, 혈괴, 찜질 시 완화가 특징적입니다.
한응혈어(寒凝血瘀)
차가움이 바탕에 있을 때
아랫배 냉감, 손발 냉, 통증의 강한 수축감이 동반되기 쉽습니다.
혈허(血虛) 또는 기혈양허
통증보다 피로·어지럼·회복 지연이 두드러질 때
생리 전후로 기운이 크게 떨어지고 멍해질 수 있습니다.
매달 비슷한 통증이라도,
특정 양상은 한 번 더 확인이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최근 6~12개월 사이 통증이 뚜렷하게 악화된 경우
생리통과 함께 성교통, 배변통/배뇨통, 또는 골반 깊은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
진통제(소염진통제)를 적절히 복용해도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월경량이 갑자기 늘거나, 생리 기간이 길어지고, 빈혈이 동반되는 경우
생리 시작 전부터 통증이 심하게 시작되어 생리 후에도 오래 남는 경우
골반에서 '무언가 잡히는 느낌'이 있거나, 발열·심한 분비물 등 감염을 의심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이런 경우에는 "원래 아픈 체질"로 넘기기보다,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근종, 골반염 등
이차성 원인을 염두에 두고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해서
통증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 통증이
혹이나 종괴 같은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염증의 톤, 면역의 균형, 혈류의 흐름, 신경계의 민감도 같은
'환경'의 문제로 만들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같은 생리라도,
그 달의 감정과 컨디션에 따라
통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생리 전 7~10일을 따로 관리하기
통증은 생리 시작일에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전 일주일 동안 몸이 어떤 방향으로 기울었는지가 누적된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복부를 '따뜻하게' + '움직이게'
온찜질과 족욕은 기본이지만,
걷기와 골반 스트레칭처럼 혈류를 실제로 올리는 습관이 함께 가야 합니다.
수면을 먼저 바로잡기
불안과 긴장은 수면을 얕게 만들고,
수면이 얕아지면 통증 민감도는 올라갑니다.
생리 전에는 특히 취침 시간을 고정해 보세요.
감정의 정체를 확인하기
생리통이 심해지는 달에는
대개 "참은 감정"이 있습니다.
그 달에 내가 삼킨 말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감당한 책임이 과했는지,
한 번만 점검해도 다음 달의 몸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정이 염증을 흔들고,
면역을 흔들고,
순환을 흔들 때,
자궁은 그 부담을 통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매달 반복되는 통증을
"원래 그런 것"으로 덮기보다,
그 달의 감정과 몸의 환경이 어디에서 흔들렸는지
조금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