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眩暈)

감정이 만들어내는 신체적 반응 (10)

by 조자연

어지럼증은 의외로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시는 증상입니다.


특히 "빙글빙글 돈다"기보다는

"붕 뜨는 느낌", "멍해지는 느낌", "순간 푹 꺼지는 느낌"처럼

설명하기 애매한 어지럼증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환자들은

빈혈, 혈압, 뇌 MRI, 심장 검사, 이비인후과 검사까지

여러 검사를 받지만,

검사상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안심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어지러움은 계속되고,

그 증상 자체가 불안을 키워서 일상이 더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지럼증의 원인이

귀(전정기관)나 뇌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지럼증은 종종 감정적 스트레스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불안, 긴장, 억눌린 감정, 책임감 같은 감정은

자율신경계의 반응을 통해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기저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어지럼증의 경우,

지속적인 감정적 스트레스와

신경계·혈류 조절의 불균형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어지럼증의 기전: 감정이 미치는 영향


감정과 자율신경계의 활성화


불안이나 스트레스는 교감신경계를 자극합니다.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몸은 자연스럽게 “경계 모드”로 들어가게 됩니다.


경계 모드에서는

심장이 조금 더 빨리 뛰고,

호흡이 얕아지고,

근육 긴장이 올라가며,

혈류가 '필요한 곳으로 급히 배분'되는 형태로 바뀝니다.


이 상태가 짧게 지나가면 괜찮지만,

감정적 긴장이 오래 지속되면

혈류 조절과 감각 조절이 예민해지고,

그 결과 "어지럼"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의학적으로는

불안과 긴장, 억울함, 분노가 쌓일 때

간기울결(肝氣鬱結)이 생기기 쉽고,

기가 위로 치솟는 형태(기역, 상충)로 변하면

머리 쪽 증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숨이 답답하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머리가 멍하다” 같은 증상이

어지럼증과 함께 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호흡의 변화와 과호흡


불안이 지속되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빨라지고 얕아집니다.


이때 문제는 산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숨을 너무 많이 쉬면서

몸 안의 이산화탄소 균형이 흔들리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로

멍해짐, 손발 저림, 가슴 두근거림,

붕 뜨는 느낌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검사가 정상인데도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는 느낌이 반복되는 경우,

이 호흡 패턴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근육 긴장과 혈류 불균형

스트레스가 쌓이면

목과 어깨, 턱 주변 근육이 긴장 상태로 굳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머리로 올라가는 혈류가 ‘나쁜’ 것은 아니라도,

혈관과 근육이 만드는 감각 정보 자체가 예민해지고 왜곡되면서

어지럼증이 쉽게 유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컴퓨터 작업, 스마트폰 사용이 많고,

이를 악물거나 어깨가 늘 올라가 있는 사람에게

이 패턴이 자주 나타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경우

담(痰)과 습(濕)이 쌓여

머리가 무겁고 맑지 않은 느낌(두중감,頭重感)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소화가 잘 안 되고 몸이 무거운 사람에게

어지럼증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불안이 만든 "증상-불안"의 악순환


어지럼증은 증상 자체가 불안을 키웁니다.


"혹시 큰 병이면 어떡하지?"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쓰러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반복되면

몸은 다시 경계 모드로 들어가고,

어지럼증은 더 쉽게 유발됩니다.


그래서 어지럼증은

원인 하나를 제거하는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의 과민해진 반응을

다시 안정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어지럼증의 원인, 감정에서 찾기


물론 이석증, 전정기관 문제, 빈혈, 갑상선 문제 등

반드시 확인해야 할 원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가 정상이고,

증상이 스트레스와 함께 악화되며,

두근거림,불안,불면,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같이 있다면,

감정적 스트레스가 기저 원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지럼증이 감정에 의해 발생하는 이유는

자율신경계가 혈류,호흡,근육 긴장,감각 인식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즉, "문제가 없는데 어지러운 것"이 아니라,

기계 고장이 아니라 "조절 시스템의 과부하"인 경우일 수 있습니다.


검사상 이상이 없을 때의 어려움


어지럼증은

눈에 보이는 염증이나 종괴처럼

검사로 확정하기 어려운 증상입니다.


그래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환자는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집니다.

"정상인데 왜 나는 힘들지?"


하지만 감정과 자율신경계가 만든 증상은

'없다'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약해서 그런가"가 아니라,

"내 신경계가 너무 오래 긴장 상태였구나"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일상에서의 관리 방법


호흡 관리


어지럼증이 있는 사람은

'깊게 숨 쉬기'보다

'천천히 내쉬기'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4초 동안 들이마시고 6~8초 내쉬는 방식으로

내쉬는 숨을 길게 해 보세요.

짧게라도 매일 반복하면 자율신경계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수분과 식사 리듬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물을 한 번에 몰아 마시거나,

카페인 의존이 심하면

어지럼증이 더 잘 유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을 거르고 커피로 버티는 패턴은

혈류 조절을 흔들리게 만들기가 쉽습니다.


목·어깨 긴장 풀기


목과 턱, 어깨가 굳어 있는 사람은

어지럼증이 더 쉽게 반복됩니다.


짧게라도

어깨 내리기, 목 옆 근육 풀기, 턱 힘 빼기 같은 동작을

습관처럼 해보세요.


수면의 질 회복


수면이 얕아지면

신경계는 더 예민해지고,

어지럼증은 더 쉽게 발생합니다.


늦게 자는 것보다

기상 시간을 고정하는 것이

회복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과 어지럼증의 관계를 이해하고 관리하기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어지럼증은 감정적 스트레스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불안, 긴장, 억눌린 감정은

자율신경계를 자극하여

호흡과 혈류 조절, 근육 긴장, 감각 인식을 흔들고,

그 결과로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검사상 큰 문제가 없다면,

몸이 보내는 이 신호를

"병이 없다"로 끝내지 말고,

"내가 너무 오래 긴장 속에 있었구나"라는 방향으로 읽어보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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