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랑하는데 왜 우리는 싸울까?

가장 가까운 사이가 가장 크게 부딪히는 이유

by 나울
“답답하네 진짜. 아니 내 말이 이해가 안 돼?”
“참나, 그걸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우리는 왜 사랑하는 사람과 싸울까.

연애를 하든, 가족 안에서든, 혹은 오래 함께한 부부 사이에서도 늘 부딪히는 화두이다.

사랑하면 상대가 소중해지니까, 잃게 되면 너무 아프고 슬플 테니 당연히 아껴주고 잘해주고 싶을 텐데, 참 이상하게도 가장 가까운 사람과 가장 깊은 갈등을 겪곤 한다.



결국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은 자기 자신만이 가장 명확한 기준이 되는,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종족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오래 함께 지내고, 아무리 진심으로 다가가도, 우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똑같이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바로 그 특성 덕분에 낯선 세계를 발견하고 새로운 시선을 배우게 되기도 한다.

자기중심적이기에 차이가 생기지만,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개체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

성향과 다르게 혼자로는 부족한 듯 우리는 마음을 열고, 깊은 애정을 나누며 관계를 이어가려 한다.

그렇다면 내 안에 그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더 배려하고 잘해주어 날이 갈수록 더 행복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가까워질수록 감정이 크게 상하고, 사소한 일로 대판 싸우기도 한다.



너는 나인데, 왜 나와 생각이 달라?
 

왜 그럴까.

언젠가 들은 흥미로운 해석에 따르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부의 것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상대방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마음과 생각은 ‘나의 바깥에 머무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동료나 친구처럼 적당한 거리를 둔 관계에서는 생각 차이가 있어도 굳이 깊게 신경 쓰지 않고 쉽게 넘길 수 있다.

어차피 나의 바깥의 일이니, 가볍게 맞춰주거나 존중해 주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랑하는 관계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상대방이 나와 다르게 생각하면 ‘이질감’을 느낀다.

그것은 상대방을 단순히 ‘내가 사랑하는 타인’의 정도가 아니라 ‘또 다른 나’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요구한다.

‘너는 이제 나나 다름없는 존재야. 그러니 생각도 습관도 나만큼 닮아 있어야 해.

결국 작은 차이도 돋보기로 보는 것 마냥 크게 보이게 된다.

‘왜 나랑 생각이 왜 이렇게 다르지?’라는 의문은 곧, ‘너는 나인데, 왜 나와 어긋나는 거지?’라는 혼란으로 이어진다.

사랑할수록 상대방은 또 하나의 나의 자아가 되고, 그렇기에 기대치도 높아지면서 실망도 커지는 것이다.

결국 이 인식이 갈등을 만들고 키운다.



더 깊이 끌어안기 위해
 

어쩌면 ‘애정’과 싸움’은 같은 선상에 놓여있는지도 모른다.

무관심 속에서는 싸움이 생기지 않는 법이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미워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너무 깊이 끌어안으려는 마음이 부딪히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건, 상대가 나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르게 행동하는 건 공기처럼 당연한 일이고, 똑같이 행동한다면 그건 재수가 좋았던 일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비록 지금 당장은 상대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억지로라도 상대의 생각에 공감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모습.

그 작은 성의만으로도 ‘이 사람이 나를 위해 애쓰고 있구나’라는 마음이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

그러면 “뭐가 어찌 됐든 너도 답답해 보이는데, 나를 이해해 보겠다고 저렇게 애를 쓸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도 나를 사랑하나 보다.


그 순간, 다시금 이 관계에서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과 안정을 얻게 되고, 그 마음이 결국 우리를 다시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사랑은 우리가 똑같은 마음을 품고 있어서 깊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를 향해 애쓰는 그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에 깊어지고 진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
 

사람은 본래부터 자기중심적이기에, 대체로 자신과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사랑이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말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은, ‘나와 다름을 끝없이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 간격에서 부딪히고, 화해하고, 다시 사랑한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는 서로의 사고회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싸움은 이 관계를 흔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단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불필요한 싸움은 없다.

모든 싸움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품고 있다는 점이 내게 안심을 안겨다 준다.


그러니 사랑하는데 싸운다고 해서 우울하기만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요즘 누구와 가장 자주 부딪히고 있는가?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