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미래를 들려주는 것

사랑하는 이에게 오늘을 지탱할 힘을 선물하기

by 나울
사랑은 ‘지금’이라는 순간을 지나 미래로 번져간다. 지금 눈을 마주치고, 목소리를 나누는 작은 순간들이 그 미래의 길을 조용히 열어간다.

하지만 먼 미래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력이 좋든 나쁘든, 예측을 잘하든 못하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미래를 알 수도, 볼 수도 없다.

그만큼 미래는 정말 불안한 요소이다.

그래서 안정감이 결여된 사랑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모든 것이 완벽해도 안정감 그 한 가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흔들리고, 의심하고, 때로는 그 불안이 사랑 자체를 갉아먹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단순히 즐거움, 설렘을 떠나 그 너머의 미래를 함께 그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이란, 마치 보이지 않는 미래를 들려주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런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오늘을 함께 잘 살아가자.”

이런 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단단해지는 기분이다.

사실 미래가 없다면 오늘을 애써 사랑할 이유도 사라질 것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조차 의미를 잃는다.

미래를 향한 상상과 믿음이 오늘의 사랑을 지탱하는 기둥, 즉 튼튼한 신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미래를 이야기한다’ 하면 거창하고 무거운 약속을 떠올린다.

결혼, 집, 아이, 노후 같은 인생의 굵직한 큰 계획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미래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더 사소하고, 더 일상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너는 훗날 네가 원하던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지금보다 더 안정된 마음으로 살고 있을 거야.”

혹은 “언젠가 누군가가 너의 옆에서 함께하고 싶어 할 만큼 너는 따뜻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그리고 나는 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오늘을 노력하고 있어.”

이런 말들은 어떤 약속이라기보다 미래를 선물하는 말이다.

아직 닿지 못한 시간을 미래에서 조금 떼어와 상대가 미리 느끼게 해주는 것.

맛보기로 살짝 느껴본 그 미래가, 사랑이 줄 수 있는 위로이자 삶의 동력이다.


늘 코앞의 일들에 치여 살아가다 보면 멀리 보지 못하고 오늘에 갇히게 된다.

당장 내일 제출해야 할 보고서, 이번 달 내야 할 카드값, 오늘 해야 할 수많은 집안일과 업무.

그렇게 마음의 시력이 퇴화하고 자꾸만 시야가 좁아진다.

그런데 누군가가 “넌 오늘도 멋지게 잘 버텼기 때문에 훗날 지금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여유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반드시.”라고 말해준다면 어떨까.

그 말은 우리가 왜 지금 이 고통을 견디고 있는지, 왜 오늘 애쓰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만들어준다.

그 한마디가 무너질 것 같던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손에 쥐어준다.


살아가다 보면, “왜 이렇게 당장 오늘의 고통에 허덕이면서까지 살아야만 할까?”라는 질문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가 있다.

하기 싫은 일에 왜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럴 땐 내가 야심 차게 세워놓은 인생의 목표도 그 의미가 무색해진다.

나에게 1년 후, 10년 후가 존재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말이다.

당장의 내일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미래도 나에게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럴 때 힘이 되어주는 건, ‘그래도 나에겐 행복한 미래가 있겠지’라는 믿음이었다.

그 말을 타인의 입을 통해 들을 때면 신빙성까지 더해져 더욱 믿게 되었다.

마치 그런 미래가 이미 존재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게 바로, 사랑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었다.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혹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미래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

단지 ‘우리가 함께할 미래’를 약속할 뿐만 아니라, ‘너의 미래가 이렇게 빛날 예정’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광대한 우주 속, 너무나도 조그마한 그 사람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


그것이 내가 되고 싶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사랑이란 결국 지금의 행복만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함께 견디고 그려나가는 일이다.

미래를 볼 수 없다는 건,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가능성을 함께 믿고,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미래를 선물하는 것.

거기서 느끼게 되는 안정감이야말로 사랑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 아닐까.

재밌는 건, 미래처럼 사랑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사랑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들려주어 안정감이라는 실제를 만든다니, 참 역설적이지 않은가.

결국 보이지 않는 미래를 들려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오늘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이자 오늘의 나를 버티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미래를 들려주고 싶은가?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