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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Mar 21. 2020

아님 말고

내 스스로 좋아하는 내 성격.

"아님 말고"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면 마는 거지"
"할 수 없지, 뭐"

나는 이 표현을 많이 쓰는 편이다. 살면서 누군가 나 무시한다고 열 받은 적이 거의 없었다,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대단한 애정적 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모임이 아닌 경우, 나 무시함에 대한 속쓰림이 거의 없다. 그런 느낌을 잘 못 느끼는 것도 있고. 대게는 뭐든 "그래서 어쩌라고?" 해서 오히려 상대가 무안해 하기도 한다.

사실 사람들이 나를 많이 눈여겨 보고, 나를 신경쓰고 할 것 같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한테 그리 시시콜콜하게 들여다 보는 거 안 한다. 그거 인지하면 사실, 그러든지 말든지 하는 그런 버전이 금방 생기는데, 그게 쉽지 않나보더라.

암튼 나는 어릴 때 부터 낙천적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뭐 그닥 심각하지 않았다. 그 어쩌겠냐. 상황적 여러가지들을 뭐 어쩌겠냐 말이다. 아님 마는거지. 그런데도 까칠하다 하는 소리도 상대적으로 많이 들으니, 아마도 "no" 소리를 찰떡같이 잘 해서 그런가보다. 싫으면 마는거지, 그걸 억지로 "yes"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아이보리색 에코가방이 시커먼스가 되었는데, 들고 다니길래 그거 좀 빨아야겠다, 했더니 괜찮단다. 누가 내 가방 쳐다보는 사람없고, 사실 타인이 나를 그렇게 신경 안 쓴다며, 며칠 더 들고 다니다 빨겠다는 아들의 생각도 비슷한 기조인 것 같다. 허긴 그냥 남에게 피해 안 주면 되는거지, 그 가방의 시커먼스가 대수겠냐.

그래서 나는 내 성격적 기조를 좋아하기로 했다. 뭐 어쩌겠냐. 그게 나인데. 남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은 거의 없었다. 스트레스는 나 때문에 받는거지. 허긴 그것도 뭐 좋은 증상은 아니지.

아침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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