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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Mar 22. 2020

책이 그랬다

언제나 보약 한 첩, 책

책이 그랬다.

■육아
읽은 대로 임상실험을 해 보는 것의 첫 시도는 육아. 엄청 읽었다. 엄청 읽었더니 이 말이, 저 말이 겹친다. 겹치면 진액이니 그거 실천해 보자. 여하튼 그래서인지 육아는 정말 내 줏대대로 키워냈다.

내 육아의 꼭짓점은 딱 하나였다. 아이가 살아가면서 스트레스 지수 적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게 터를 만들어주는 것. 그래서인지 애가 크면서 짜증내고, 신경질 내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자존감도 뭐, 그 정도면 됐다.
화 조율할 줄 알고, 자기 깡 있으면 뭐든 하는 거지.

■기업체 교육강사
전업 강사를 해야겠다,라고 마음먹고 나니 주변에서 시끈 뚱했다. 그 나이에 가능하겠냐, 라는 이야기들. 나도 사실 막연하기는 했다. 그 막연함을 떨구어내기 위하여 내가 한 것은 책 읽기였다.

그 당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매일 출근하는 그 템포 그대로 도서관 출근을 하였다. 눈 뜨면 도시락 싸서 도서관 가서 열람실 책상에 이 책, 저 책 펼쳐두고는 소위 연결고리로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어느 책이 언급되면 그거 찾아서 읽고, 거기에서 또 어느 책 언급되면 또 찾고... 그게 더 깊게 봐야겠다 싶으면 주문하고.

그때 가장 많이 본 책이 심리학 관련 책이다. 심리학 말만 들어도 어렵지만 쉽게 스며드는 에세이형 심리학 책을 중심으로, 조금씩 윗 단계로 올라가는.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이 가장 많은 영감을 주었다. 긍정심리학, 그 용어에 하도 빠져서 잡지, 기사, 등등 그 단어만 봐도 반가웠고, 검색해서 관련 자료도 꽤 봤다.

회사를 그만둔 상태라 소득이 없어서, 그때 서평 모집에도 엄청 참석했다. 주어진 마감 시간 동안 죽어라고 읽고, 서평 보내고. 공짜로 책 받고 서평 쓰면서 욕을 할 수 없어서 책의 장점을 애써 찾으려는 의도들. 그게 또 도움이 되었다.

강사 준비하는 동안은 도서관, 집, 외에는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뭔가 터져서 병아리 강사가 8회 연차 시리즈 강의를 맡았다. 겁도 없이. 그동안 미친 듯이 읽은 책이 힘이 된 것, 당연하다. 읽었으므로 자신 있었다. 평가 대박 났다. 나도 자신감이 생겼고.

■문화기획자
이 관련 책도 무지하게 읽었다. 처음 뭔가 기획서 평가받을 때, 그 관련 책만 사실 엄청 읽었다. 현장 경험치가 적으니, 읽기라도 해야 한다 싶어서 또 미친 듯이 읽었다. 읽어야 말할 수 있고, 읽어야 기획서 한 줄이라도 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문화기획자로는 정말 돈은 못 벌었다. 오히려 그동안 번 돈 다 까먹고, 생거지가 되었다. 문화예술 바닥이 이렇게 열악한지 몸으로 익혔다(이 이야기는 나중에. 문화예술 쪽 전문가가 의회에 들어가야 한다). 그럼에도 문화기획자의 경험들, 내 자산이다.

■다시 요즘
또 뭔가 미친 듯이 읽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로 많은 산업군이 한 템포 쉬고 있는 이 즈음에, 조급증 내지 않고, 내 결대로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나는 오히려 벌었다. 읽는 만큼 또 쓰기도 열심히 쓴다. 그게 또 피가 되고, 살이 되리라 완전하게 믿고 있다.

나에게 책은 언제나 보약 한 첩이다. 그 보약의 효과를 또 기다려본다. 언제나 효능효과가 완전했던 그 책 읽기에 건배한다.

책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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