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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Mar 24. 2020

호랭이 물어간다

시아버지 기제

- 코로나 때문에 시어버지 봉헌 미사도 못 다녀왔다.

작년 이 맘 때 쯤 쓴 글이 페북 뜨길래 담아왔다.







호랭이 물어간다, 를 입에 달고 계시는 우리 시어머님은 나에게 친정엄마와는 또다른 업보가 나랑 한겹한겹 쌓여있다.


시집 와서 사랑 많이 받은 며느리였으나, 이래저래 사는 것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미움도 있고, 짜증도 있고 뭐 그랬다.


아버님 기제일에 맞추어 연미사 드린다고 일부러 시골에 갔더랬다. 마침 동네 이웃분 차에서 어머님이 내리던 중 이었는데, 동네 부부 어르신이 차에 있었는데 나의 팔을 막 땡겨서



"우리 며느리여"


라고 소개한다. 순식간에 나의 팔을 끌어서 어떨떨 했으나, 일단 90도 고개 숙여 인사는 했다.


"안녕하세요"


"오, 인사를 왜캐 이쁘게 해요"
"몇 째여?"


"네 둘째인데요"


"아, 어머님이 하도 자랑해서 궁금했어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며느리가 이쁘네. 인사도 잘 하고"
"형님(우리 어머님에게), 며느리가 아주 좋으네."


내가 무슨 20대 춘삼월 새댁도 아니고.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잠시, 멍 했다. 조수석에 앉아서 창문을 내려서 속사포처럼 나에게 저렇게 이야기하고는,


"놀다 가요"


하고는 붕 승용차는 떠났다.


헤...!! 고부간의 사이는 언제나 물과 기름인데... 이런 넘치는 해석 덕분에 나는 잠시, 이거 내가 참한 며느리인가, 하는 착각과 상상을 했다.


사실은 시아버지 며느리 사랑은 정말 내가 많이 느끼고 받았다고 인정. 그러나 시어머니와는 뭐 그냥그냥 이었는데, 뭔 자랑을 하고 다니셨나.ㅋㅋㅋ


이렇게 시아버지 연미사 일정은 지나갔다.


밤은 익었다. 여전히 춥다.


ㅡㅡ
점심 밖에서 먹고 시골 동네 카페에서 나는 에쏘를 시켰고, 시엄니는 바닐라라떼를 시켰다. ㅋㅋ



2019.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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