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메달 Apr 04. 2020

콘텐츠의 도덕성

나만큼 불쌍한 그들에게, 건배를 하며.

콘텐츠의 도덕성을 심각하게 겪었고, 봤다.


공연장 무대구성 도용 때문에 이승환이 컨츄리꼬꼬와 법정 싸움을 했고, 김장훈과 싸이도 공연 노하우 등으로 서로 반목되는 사이가 되었다, 고 이야기들이 돌았다. 김장훈이 싸이를 불러 무대에 세워주기도 했지만, 강남스타일 이 후 싸이는 넘사벽의 위치가 되었으니...

이런 일들이 뭐 유명 연예인들에게만 있겠냐. 강의시장에서 기획서 도용, 강의 내용 도용까지 뭐 비일비재하지. 내가 만든 교안(참고용으로 통째로 화일 줬다)에 기본 내용만 바꾸고 byㅇㅇㅇ, 자기 이름으로 바꾸어 내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봤고.  


어느 기관 사무실에 내 기획서가 프린터 되어 있어서 들고 봤더니(정말 내 것인 줄 알았다. 내가 여기에 이걸 냈나? 하는 마음으로), 거기에는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 사람 이름만 딱 바꾸어서 제출해 두었더라.


위의 두 사람 모두 잘 산다. 한 사람은 교육기획사 대표로 잘 살고, 한 명은 강사로 나름 이름 날리며 산다. 그 때는 그냥 두 사람들 기가 찬다, 며 그냥 모르는 척 했다. 그들의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한 적 없이 세월이 지났다. 귀찮아서. 불쌍해서.


이번 건은 그 때랑 좀 다르다 싶다. 내 혼자 하는 강의와 다르게 프로젝트물인 경우에는 여러 사람들의 땀흘림이 있는거다. 아마 이승환이, 김장훈이 빡침에는 같이 고생한 스텝들의 노고값도 있을 것이다.


오늘 새벽 다시 보게 되는 결과물의 텍스트에 심한 통증이 온다. 아프다. 이것 때문에 내가 가을 전부를 방황했다. 죽을 것 같더라. 그럼에도 혼자 털기로 했다. 내 안목의 문제로, 내 부족함으로 그냥 무시꿀꺽하기로 했다. 챙기기로 마음 먹었으니, 끝까지 챙기고 버티자, 로. 다만 이게 맞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캠프 때 참가자가 그린 그림, 그리다 말았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쪽팔려서 죽는 것이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내 안목의 부실함에 쪽팔려서 죽는 것이다. 진짜 쪽팔려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안목이 운명을 좌우한다' 는 말을 맹신하는 등신이, 내가 세워둔 운명론에 치명타를 입는다. 이게 내 현실이고, 이게 내 능력치이다.


근데 이런 일은 내 어릴 때 부터 있어 왔어. 결국 나는, 상등신인 셈이지.


응원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그거 내 스스로 잘 버티어야 하는지, 나에게 좀 물어보자. 그게 맞는지.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여 그런 포장재에 다들 사람들은 반응들 하는 것이니. 닭인지 달걀인지 아직도 숙제이니.


그럼에도, 내 안의 자괴감은 언제나 같아. 내 안목에 건배를 못 하는 것이고. 내 찌질함에 다시 결투하는 것이지. 가을날 상처가 아문다 싶었는데 그거 다 가짜였구나. 상처가 퍼져서 덧나서 피고름이 난다. 나를 함부로 해도 되는 대상으로 본 거, 그게 내 존재가치인 거, 확인하는거지. 2017년, 2018년, 2019년 삼재 맞구나. 이 사이 만들어진 인연들 싹 다 갈아엎어야 할 판이구나. 쯧쯧.


나만큼 불쌍한 그들에게, 건배를 하며.



그리다 만, 아이의 그림이 빛나 보이는 지금이다.


2019. 12. 9



매거진의 이전글 지하철 오지랖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