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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May 02. 2020

오지랖 한 판

핫도그 집에서

오지랖

동네 핫도그 집에 초등 아이 둘 들어왔다. 한 명은 돈이 있고, 한 명은 돈이 없는 상태인 모양인데,

"나, 감자 먹을래"
-"감자가 얼마야?"(돈이 있는 아이)
"2천 원"
-"어, 그러면 내 먹고 싶은 거 못 먹는데"
"너 먹고 싶은 거는 뭔데?"
-"나는 모짜. 천팔백 원이야"
"그러면 둘 다 천 원짜리 두 개 먹자"
-"싫은데..."

1초간 침묵이 흐르다,
-"그냥 너 감자 먹고, 내가 천 원짜리 먹을게"
"그래, 내가 핫도그를 더 좋아하니 내가 맛있는 거 먹을게"

그 대화에 주인아줌마가
"야, 너 멋지다. 네가 친구에게 양보하네" 하니,
그 감자 먹겠다던 친구가
"원래 친구끼리 양보하고 그래요." 하는데 그게 좀 나는 너무 쉽게 주객이 전도된 것 같더라고.

그래서 결국 오지랖이 나왔다.
"아까 그 말 한 모짜 먹으려면 얼마 부족한 거예요? 그거 아줌마가 대신 내주면 안 될까?" 했더니,
-"괜찮아요" 하더라.

그 말에 주인아줌마가 내가 그냥 모짜 해 줄게, 하는데.

내가 굳이 일어나,

"아니에요, 그 팔백 원은 내가 낼게요. 이런 상황이 다음에 또 나오면 그때는 또 어떡해요. 아이들 사이에 이야기 돌면, 그때는 해 주고 왜 지금은 안 해 주세요, 하면 입장 곤란하니 제가 팔백 원 낼게요"

그러고는 팔백 원 냈다.

아이들 둘은 그래도 해맑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하더라고.

오지랖 한 판이었다. 어제 오후에.

ㅡㅡ
상황설명
돈은 삼천 원 있고. 돈이 없는 아이가 2천 원짜리 먹겠다고 먼저 선택해서, 용돈 가진 아이가 1천8백짜리 먹고 싶었으나 선택을 못 하고, 1천 원짜리 선택하는 주문 과정의 핫도그 집.


20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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