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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Jun 29. 2020

과자 봉지가 딱지로 접어져 있다

그 순간 나는 또 화가 났다

아이가 부모에게 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것은 무조건 안 하는 것이 그 아이를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할 거야"라고 많이 이야기했다. 연필 삐뚤삐뚤하게 깎아도 내가 할 거야,라고 했고. 교복도, 운동화도 내가 빨 거야, 했다. 그런데 엄마는 내 말을 절대로 안 들어주었다. 내가 없으면 필통의 연필을 다 아두었고, 운동화도, 교복도 미리 아두었다. 그게 고맙다, 가 아닌 내 물건 만지지 말라고 분명히 당부했는데 어른이라는 이유로 내 말 무시하고 만지고 챙기는 것, 정말 싫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정말 다른 문제가 아닌 내 가방, 내 책상, 내 소지품 만지는 것 때문에 죽을라고 했다. 내 자아가 송두리째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내 물건에 집착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고, 나는 또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알 수 없으나 무조건 싫었다.

내 나이 오십이 된 지금도 엄마는 똑같다. 만지지 말아 주세요, 해도 심지어 과자 먹은 봉지까지 딱지로 접어둔다. 딱지로 접어둔 그 봉지에 열 받는 게 아니라 내 책상에 1도 볼 일이 없는 엄마가 내 책상을 들여다보고 만졌다는 그 자체에 나는 화가 나고 내 어릴 때의 모습이 또 반추되는 것이다. 나이가 오십인데도 내 물건에 집착하고 있으니, 내가 어렸을 때는 거의 내가 당신의 소유물이나 인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생각되면 거의 몸서리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크면서 절대로 내 아이의 소지품은 함부로 만지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고 살았다. 결혼 이후 남편이나 아이 지갑이나, 핸드폰, 패드, 열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질색이니 아들도 내 유전자 받았으면 아마 더 할 것이다 생각했고, 일단 타인의 이런저런 욕구나 관심사에 1도 물음표가 안 달리니 아마 어릴 적 영향이 큰 것 같다.  

혹 청소년 부모들 중에 아이가 싫다고, 의사 표현하는데 그게 사랑이라고 밀어붙이는 부모가 있다면 도시락 싸 들고 가면서 말리고 싶다. 그것은 사랑도, 애정도 아니다. 그냥 쓸데없는 집착에, 쓸데없는 소유욕이다. 지금도 엄마는 너 어릴 때 6학년 때까지 연필 다 깎아줬다며 아주 자랑스러워한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소롬이 돋는 정신적 쇼크를 겪고 있는데 그걸 모른다. 가방에서 필통 꺼내서 연필 깎을 정도면 그것만 열어 봤겠냐. 일기장, 메모장, 공책, 서랍, 주머니 소지품 오만 거 다 뒤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챙긴 것이 아닌 뒤진 것이라고.

이거 내 안에서 언제쯤 털어질까.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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