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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Jul 24. 2020

정신이 육체를 무너지게 한다

내가 만든 관계의 조견표들

정신이 육체를 무너지게 한다. 내 경우는 언제나 그랬다. 감사하게도 오랜 세월 동안 감기나 체력 저하 뭐 이런 것들은 특별히 잘 안 왔다. 그런데  정신적인 어느 부분에 스크래치가 오면 몸이 죽을 것처럼 아프다. 어젯밤 12시부터 스멀스멀 아프더니 아침 새벽에 눈 떠 아침 밥상 챙기고는 지금 정오 넘어까지 내리 잤다. 몸이 물 먹은 것처럼 쳐진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정신이 육체를 심각하게 지배하고 있는 중이다.


여러 해 동안 여러 건들 이 있었다. 그때마다 아팠다. 그러나 아팠으나 그렇게 나 혼자 후루룩 넘겨왔다. 내 예민함에 혀를 끌끌 찰뿐이었지. 그냥 내 쓸데없는 쪼잔함이라 생각했다. 그게 무슨 대수야, 하는 생각으로. 아니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하는 그런 생각들. 뭐 다른 거지. 그랬다. 그렇게 며칠 송곳으로 쑤신 것 같은 생채기를 받았다가 또 그렇게 넘어왔다. 누적되었으나, 스스로 그냥 떨쳤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리 더 많이 힘든지 모르겠다. 코로나 걸렸나 하는 물음표가 들 만큼 손 하나 까닥을 못하고 있다. 또 졸린다.

그냥 내 안에 그어진 것들이 있다. 아무도 어떤 조견표를 만들지 않았으나 내가 선 그어 둔 것들이 몇 개 있다. 그걸 넘어서면 나는 견디지 못 하고 아프다. 좀 과하게 나를 옭아매는 것. 그래서 개인주의인 것 같다. 다 쓸데없는 허세이기는 하나 그게 그렇다. 어떤 울타리로 묶느냐 마느냐 딱 한 장에서 내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것, 심각하다.

뭐라도 안 뱉으면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쓴다마는 또 삭제할 수도 있다.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 상황을 잘 설명하고 묘사하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허세와 쓸데없는 벽들이 높게, 두껍게 장착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이게 내 안의 독소인데 그거 뛰어넘어 개선장군처럼 우뚝 설 수 있다면 내 삶이 고급져지는 것이다. 어릴 때 글을 잘 쓰더라도 시나 소설은 못 쓰는 선배가 있었다. 그게 딱 작가의 한계치인데 내 안을 못 풀어내는 것이다. 그러니 온전한 글쟁이로 살 수 없는 것이지.

아파서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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