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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Aug 23. 2020

혼자 노는 것으로 원상 복귀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고 다들 그런다. 여러 공공의 부분을 언급하는데 나는 그런 거창한 것 말고 나만 보면 내 모습으로 복귀하는 것이더라.

나는 일단 공동체의 일원으로 일은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같이 더불어 놀 수 있는 사람은 애초에 아니더라는 것. 사람들과 더불어 있으면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아니라 혼자 있으면서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이라 뭔가 어디에 쏠려 있고 끌려 다닌다는 느낌이 들면 극도로 피곤해지는 사람인데 요 몇 년간 이래저래 일상의 공유들을 많이 해 왔다. 덕분에 에너지가 만들어진 것보다 고갈되는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언제 제일 즐겁냐 돌아보면 그냥 혼자 사부작사부작하는 것이 즐겁다. 혼자 영화 보고, 혼자 공연 가고, 혼자 책방 가고, 혼자 산책하고, 혼자 도서관 가고, 혼자 미용실 가고, 혼자 쇼핑 가고, 혼자 커피집 다닐 때가 참 많이 즐겁다는 것이지. 외로움? 솔직히 나는  같이 우우 있을 때가 더 외롭다. 혼자 있을 때가 제일 자유롭고 좋았던 것 같다. 여행도 혼자 좋다. 제주도만 두고 봐도 혼자 간 것 횟수가 아직도 더 많다.

일은 같이 하는 게 맞다. 여러 동력들을 끄집어내어야 서로 보완이 되고,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해서 만들어지는 시너지가 더 많다. 그럼에도 일단 개인의 영역으로 돌아오면 혼자의 의미가 제일 나를 편하게 한다. 조율하고 협상하는 것 없이 그냥 나 편한 대로 움직이는 것이 최고라는 인식. 그게 언제부터인가 자리를 잡아가니 점점 개인주의 되어가는 것 같다.

시집 식구들 7남매의 대소사 많이 하고 우리 집에 제일 많이 모인다. 그게 딱 거기까지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챙겨야 할 일들을 제외하고는 평상시 전화하거나 카톡 하거나 하는 경우 거의 없다. 시골에 있는 우리 시어머니에게 일 년에 전화 한 통 안 한다. 애당초 그런 역할은 남편을 비롯한 시동생들에게 다 일임했다. 부모가 아들 전화 기다리지 며느리 전화 기다리겠냐며 시동생들에게 역할 분담을 당부했더니 다행히 싹싹한 동생들 몇몇이 잘하고 있다. 이런 분리가 언제나 필요하다.

이런 성격적 한계 때문에 엄마와는 참 많이 싸웠다, 어릴 때부터. 냉정하다는 소리를 마른기침하듯이 했고. 돌아다보니 냉소한 성격의 사람은 맞더라. 지금도 그런 소리 제법 듣는다. 일단 타인의 개인사는 아무리 들어도 재미가 없다. 그러니 길게 수다 떠는 그 구조를 잘 못 하는 거다. 몇몇 있으나  이 역시도 앞으로는 잘 안 될 것 같다. 이게 다시 내 본연의 모습으로 복귀한다고 할까. 코로나 덕분이냐고? 맞다. 일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는 세포가 다 죽었다. 딱 나에게 집중하는 것에만 에너지를 쏟고 싶다. 그 외는 만사가 다 귀찮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고 하는데 나도 그럴 것 같다. 더 동굴 파고, 더 혼자 노는 것을 즐기는 소위 원래 내 성격, 내 모습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선한 영향력? 애초에 그런 능력도 없었다. 무슨 개뿔. 그냥 나만 잘하고 살면 된다. 기질이라는 게 있다. 낯가림 심하고, 떼로 몰려 있는 것 못 하고, 낯선 사람과 합석하고 뭉쳐 있는 것 못 하고. 그러니 그냥 내 팔 흔들며 남에게 끼친 피해들 있다면 그거 회복하고 정리하는 것들이 최고의 가치 기준이다.

코로나로 세상은 바뀌었지만 그 덕분에 나는 나로 복귀한다. 그래서 어쩌면 다행이다는 생각도 했다. 일상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그게 최선으로 내가 잘하는 것이다.

ㅡㅡ
- 일의 교육학, 저런 책으로 독학할 때가 가장 나다움이었다고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우선순위에 집중할 것. 다른 거 한다고 정작 중요한 것 마감을 놓치고 하는 어리석음을 하지 말 것.

-노는 것은 역시 혼자 사부작사부작으로 돌아갈 것.

-모든 생활 반경을 무조건 줄일 것.

-그렇다고 관계를 다 끊자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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