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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Oct 14. 2020

가까운 지인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기다리는 동안, 오만 시나리오

바이러스가 참 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불가항력이다는 생각을 했다. 그 불가항력에 우리는 이런저런 잣대를 맞추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슬기롭게 지금을 헤쳐가는 것이 필요하겠다, 싶다.

당장 나한테 문제가 생기면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라, 신이 있어 이런 역량을 주었다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까운 지인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간다는 톡 글을 봤을 때는 검사받았구나, 했다. 감기 몸살이라 하니 알고 있는 민간요법을 제시했고. 아고아고 싶었다가. 그 글을 저녁에 봤을 때는 다른 느낌으로 읽히는 것이다. 내가 2차 접촉자일 수 있으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의 배우자를 내가 바로 토요일 만났으니 바로 2차 접촉자이다. 월요일 오전에 톡을 봤고, 심각성을 그날 밤에 인지했음에 스스로 엄청 자책했다. 일단 내가 할 일은 화요일 일정부터 조용히 모두 취소하는 것이었다. 취소했다. 그게 맞으니.


문제는 이미 치른 월요일 일정이었다. 그 날 하필 승용차 브레이크 센스가 고장 나서 장기 운전에 여의치 않다 싶어서 고속버스 탔다. 2월부터 10월까지 시도 간 이동 중에 대중교통 이용은 이 번이 두 번째인데 스트레스가 컸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일부러 선택했고, 혼자 앉는 자리에 승차 도중에 마스크 한 번 안 벗었고, 물 한 방울 안 마셨다. 돌아오는 길에도 프리미엄 버스에, 한 자리 좌석이 없어서 한 시간을 기다려 뒷 차를 예매했다. 이동 거리 2시간인데 한 시간을 기꺼이 기다렸다. 그때도 밀집된 대합실이 아니라 광장에 나와서 마스크 끼고 걸었다. 한 시간 내내 걷다가 버스 출발 5분 전에 대합실 왔다.


만약 지인이 양성이 나왔다면, 내가 2차 접촉자라도 바로 검사받아야 하고 동선을 구체화해야 하는데 고속버스는 그래, 승차 인원 파악이 된다 치자. 지하철은 어쩌지. 내가 미팅한 단체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쩌지. 커피 권해도 마시지 말 걸. 방심했나. 오만 걱정이 다 되면서 그래도 마스크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착용했으니. 그것도 94 방역 마스크이니 혹이나 내가 양성이 되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2차, 3차가 덜 하겠지... 등등.

기다렸다. 그 기다리는 하루가 백 년쯤 되는 것 같더라. 음성이라고 하는데. 다행이었고. 감사했다. 며칠 전 지인 아들이 선별 검사소 가는 동안 오만 시나리오를 다 그렸다고 하더만. 내가 그랬다. 전체 순차적으로 어떻게 대안 마련을 할지 시나리오를 써 보았다. 일단 문제 해결은 해야 하니. 양성이 나왔으면 직접 접촉자 검사 상관없이 바로 선별을 가거나 민간 병원이라도 간다, 그게 1차 계획이었다.

이번 일로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바이러스 앞에 우리는 얼마나 더 겸손해야 하는지. 그게 꼬리표 달고 다니면서 선별하여 침투하는 것이 아니니 얼마나 더 바짝 엎드린 겸손이 필요한지 또 배웠다.

당사자는 얼마나 마음고생했겠나 싶더라. 고생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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