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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Oct 30. 2020

아직도 아파트에 살고 있다

농가주택의 꿈은 언제

현도면에서 근 3년 살았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대전시내 학교에 입학했는데 1달 딱 다녀보니 이러다 아이를 주눅 들게 하겠다 싶었다. 1 달이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뭔가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이와 겉돌고 있었고, 나도 도저히 그 시스템을 따라갈 학부모는 안 되겠다, 뭐 그런 느낌적 느낌이 들었다. 그게 딱히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나, 암튼 여기에서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면 아이가 뭔가 피폐해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도에 농가주택으로 이사를 했고, 아이는 전학했다. 전교생 75명. 1학년 그때 당시 13명이었다. 바닥은 마룻바닥에 보일러가 도는 교실이었다. 1학년 담임선생님은 오십 대 여자 선생님으로 아이 키우고, 임용고시 다시 봐서 마흔 넘어서 재임용된 그런 엄마 교사였다. 아이들이 잠깐잠깐 피곤하고 몸살기 있으면, 일 하는 엄마 부르지 않고 바닥 보일러 돌려서 한 숨 재우는 그런 교사였다. 아이가 열 세 명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 선생님과 결이 잘 맞았고, 선생님도 아이를 참 많이 챙기고 이뻐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사랑 많이 받았다. 그게 얼마나 축복일까.

입학한 학교에 계속 다니면, 아이는 맨날 경쟁하고 비교당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에 훼손을 많이 받아서 어쩌면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자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사교육을 안 받은 아이라 뭐 맨날 평가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낯설었다. 전교생 75명 학교에서 3학년까지 다니다 다시 대전으로 이사 오기는 했지만, 나는 아직도 그 결정을 잘한 것이라 생각한다. 맘껏 자유롭고 상상하고 놀 수 있는 공간에서 아이는 친구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고, 더불어 사는 법도 익혔다. 그런 어린 시절들이 충분한 자양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농촌으로 이사 가고 싶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고 딱 한 달만에 시골로 가자,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 다시 그 시골이 그립다. 농가주택 헐어서 주방 넓게, 햇살 반짝이는 그런 공간이 또 그립다. 아파트에서 계속 살아도 하늘을 좀 보고 살 수 있는 여백이 있는 도시로 진심 이사 가고 싶다.. ㅠ


2018. 10. 30. 페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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