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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Feb 27. 2021

뇌세포 일시정지

언제나 허당으로, 어리비리하게

"○○에서 갈아탄다 하지 않았어요"

하더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내렸다. 내가 이렇다. 누구랑 같이 지하철을 탔는데 나보다 어리거나, 내가 굳이 안 챙겨도 되는 사람과 동행하면 나는 어김없이 뇌세포가 일시정지되어버려서 생각을 안 한다.

탈 때 같은 장소에서 환승한다고 했으니, 굳이 내가 내릴 곳을 신경 쓰지 않아도 의례히 내릴 곳을 이야기하겠지, 하는 마음이 생기면 나는 그냥 넋 놓고 우두커니 있다. 그냥 따라 내리고 가는 길 따라 졸졸 따라다닌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저 지경인 상태로 혼자 어떻게 다니지, 하기도 한다. 엄청 멍청하다.

외국을 가도 누군가 지도를 펼치고 길을 찾으면 나는 절대 지도 안 연다. 돌아가든 질러가든 심지어 딴 길로 가든 그냥 졸졸 따라다닌다. 그 순간 뇌세포는 그냥 일시 정지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역시 심히 걱정한다. 저래서 혼자 어디 다니겠나.

참 단순한 스타일이다. 내가 굳이 머리 안 써도 되는 일에는 도무지 머리가 안 열린다. 옆에 내 보다 똑똑한, 한 살이라도 어린 친구들이 있는데 굳이 내가 머리를 왜 써, 하는 상황이면 귀신처럼 머리가 안 열린다. 그냥 믿고 맡겨버린다는 것이지. 그래서 일상의 허당은 언제나 나온다. 어리버리한, 내가 바로 되는 것이다.

여하튼 어제 "○○에서 내린다 하지 않았어요?" 이 말에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내가 또 바로 허당이 되었구나, 뇌세포가 또 잠시 죽었구나, 하는.

사는 것이 다 그렇지. 뭐. ㅋㅋㅋㅋ 나는 허당으로 오래 살 거야. 그러니 나한테 뭐 묻지 마세요. 모르는 것 천지고, 뇌세포가 일시정지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아니 많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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