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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Mar 01. 2021

내가 잘하는 것에 몰입

좋아하는 것은 좀 비켜두고

댓글 3천 개를 읽었다. 정말 한 줄도 안 빼고 다 읽었다. 그렇게 읽고 본인과 다섯 번의 미팅을 한 후에 주제 30개를 뽑았다. 결과물이 나오면 1등은 행운이 와야겠지만 이 결과물로 꼴등은 안 할 것이다. 중간 이상은 할 것이다,라고 장담한다. 댓글 3천 개를 읽은 이유는 소비자의 현장 니즈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댓글 3천 개 표본에서 팬덤이 주는 힘과 반대급부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일 수도 있다.

원래 영업, 홍보, 마케팅, 파는 것... 잘했다. 내가 작정하고 덤벼서 성과를 못 낸 적이 없다. 근데 하기 싫었다. 집중하고 몰입하여 상대의 심리를 읽어서 다시 이쪽으로 닻을 닿게 하는 작업이 정말 하기 싫었다. 그래서 그냥 욕먹지 않을 만큼만, 그냥 먹고살 수 있을 만큼만 용썼다. 미친 듯이 용써서 후루룩  거두어가는 것을 해 봤고, 그로 인한 인정도 아낌없이 받아 봤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 어느새 목표가 1등을 절대 하지 않는다, 가 되어 버렸다.

강의할 때는 초기 3개월 강의만 용썼다. 담당자와 학습자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인정할 만큼의 현장 분위기는 나와야 내가 나를 믿고 담당자에게 어필하겠더라고. 다행히 그것도 먹혀서 그 이후로 강사 모임도 나간 적 없고, 강의도 내가 좀 어중 중하게 아는 분야나 한 군데 너무 오래 지속적(신선감이 떨어지니)으로 나가면 노, 했다. 이 과정에서 오해도 받았다. 키웠더니 쌩깐다는 느낌도.

댓글 3천 개를 읽었고, 영상을 100개 넘게 봤다. 사람을 향하는 것이라면 거의 스토커 수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사전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해도 시장을 온전히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옛날만큼 감이나 촉이 살아있는지도 의문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시장을 봐야 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확실하다.

올해는 내가 잘하는 것에 몰입하려고 한다. 좋아하는 것 말고, 내가 잘하는 것 말이다. 그게 파는 것이고, 마케팅이다. 하기 싫어서, 아니 굳이 안 하고 싶어서 밀쳐 두었던 거, 그거 하는 것이 두루두루에게 맞겠다 싶다. 참 많이 쉬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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