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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Sep 11. 2021

당신은 아이 말대꾸를 용인하는 부모인가요?

줏대있는 엄마로 살아가는 법

1.

아이를 키우면서 초중고 12년 동안 깨운 적이 없었다. 본인이 직접 내일 깨워주세요, 하는 날은 깨웠지만 나머지는 언제나 본인이 일어나서 학교 갔다. 가끔 늦어서 지각할 때도 있었지만 그조차도 자기 몫이지, 그게 엄마가 안 깨운 탓은 아니잖아. 12년 동안 엄마로서 그래도 줄기차게 한 것은 아침밥이었다. 밥상은 차렸지만 늦게 일어나서 못 먹고 가면 또 마는 것이지, 그게 내 탓은 아니잖아. 밥상을 차렸는데 늦어서 못 먹는다고 타박한 적도 없었다. 그냥 나는 내 몫의 역할을 했고, 아이는 아이 몫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가끔 친정엄마가 엄마가 되어서 애 일어나는 것도 안 챙긴다고 난리고, 저녁에 늦게 들어온다고 전화 한 통 안 한다고 또 난리였다. 도대체 왜 부모가 아이를 통제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아이 인생이고,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데 그것을 왜 엄마가 뭐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2.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로서 안 한 것이 있다. 왜 그렇게 말대답을 하니?라는 말을 정말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거기에 내가 먼저 뭔가 싹 미리 해 둔 적이 없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아이는 질문이 언제나 터졌고, ‘왜요 병’과 ‘ 내가 병’이 걸린 아이라고 우리는 진단했다.


아이 스스로 이해가 안 되면 스스로 납득이 될 까지 물었다. 그러면 나는 또 끝까지 찾아가면서, 모르는 것은 내가 며칠 후에 알려준다고 시간을 벌어가면서 까지 대답을 했고, 정말 모르는 것이나 아이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네가 커서 공부해서 스스로 알아라, 고 대답해 주었다. 정말 ‘왜요 병’ 이 중증인 아이였다.


‘내가 병’은 말 끝마다 “내가, 내가, 내가 할 거야”라고 외쳤다. 뭐든지 본인이 직접 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는데, 그런 부분이 사전 설명 없이 흩어져 버리면 난리가 났다. 가령 내 손위 동서인 아이 큰 엄마가 방바닥에 장난감, 레고 등등을 치웠다거나 하면 왜 자신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맘대로 정리했느냐고 따졌고, 그다음에 자신이 뭘 할 것인지 알지도 못 하면서 왜 맘대로 위치 이동시켰느냐며 꼬박꼬박 물어보는 대치 상황이 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러면 형님은 어른에게 말대답한다고 막 뭐라고 했고, 급기야 나한테 애 좀 어떻게 하라고 소위 어른이 일러바쳤다. 그러면 나는 언제나 왜 형님과 생긴 문제를 내한테 와서 뭐라고 하느냐, 둘이서 해결하시라, 했다. 엄마가 저러니 애가 그렇다며 나한테 짜증을 막 내곤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한 뼘도 안 끼어들었고, 아이도 한 번도 나한테 지원 요청하지 않았다.

본인 문제이고, 본인이 어떤 형태로든 해결을 한다.


아이와 어른의 대화에서 어른이 밀리면 말대답한다고 바리케이드를 쳐 버린다. 나는 어릴 때 엄마에게 하도 당하고(?) 면박을 받아서 내가 엄마가 되면 아이 입을 절대 막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다행히 엄마를 절대 안 닮은 엄마가 되어서 내 아이에게 한 번도 너 왜 그렇게 말대꾸를 하냐,라고 하지 않았다.


3.

토요일 아침, 아이는 꿀잠을 아직도 자고 있다. 창업 생활 2 하고, 외형적인 성공은 했다. 내면적으로실패다. 1월에 접고  달을 무위도식하더니,  3월부터 공부해야겠다 하더라고. 그러고는 어디든 시험 쳐서 들어갔다.


아이 어릴 때 말대답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몇몇 어른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더만,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그냥 지켜보는 엄마였다.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토요일 아침인데 금요일 아침인 줄 알고, 애 안 깨운다고 친정엄마가 나한테 또 잔소리 한 바가지를 부어서, 다시 생각했다. 왜 저렇게 남(그게 자식이든 손자든)의 생활에 관심을 끊임없이 가질까 싶어졌다. 나는 만사가 귀찮거든. 막말로 지각을 하면 본인이 곤란해지는 것인데 그것을 왜 다른 사람이 안절부절못하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그렇다.


내가 이상한 엄마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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