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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Jun 06. 2022

MBTI 그것이 주는 힘

나는 intp 인팁이다

MBTI 무서운 것은 타인이 자신의 지금 내면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집에서 곰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당체 안 나간다고. 제발 좀 나가라고. 반면 학교에서는 언제나 명랑 쾌활이다는 평을 들었다. 나도 그런 줄 알고 지냈다. 아니더라.


나이 들어서 내 자아가 정착될 즈음이 되니 나는 사람들 만나는 것을 아주 피곤해하는 사람이었다. 내 일상의 의사결정에 누구와 함께 하는 것도 피곤해하는 유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미장원 가는 일, 쇼핑하는 일, 영화관 가는 일, 카페 가는 일, 서점 가는 일, 도서관 가는 일, 공연장 가는 것, 나는 이런 것들 대부분을 30대부터 혼자 했다. 20대에 그냥 끌려다니며 행했던 것들과 단절하고 혼자서 뭐든지 하기 시작한 것이 30대 초반부터 였다. 가족과 다니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혼자 다녔다. 너무 가볍고, 너무 좋은 것이다.


우리 집 아이가 말했다.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까지는 그냥 엄마는 책 좋아하는 정도의 혼자 둥이인 줄 알았는데 코로나 터지고 보니 엄마는 그냥 집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2020년 코로나 첫 해는 나는 거의 집에서 밖을 안 나갔다. 지인들 거의 안 만나고 살았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거의 전무했다. 집콕, 집돌이 만랩이었다. 스트레스도 없었다. 뭐 먹고살까, 그게 걱정이었지 집에 있어서 답답하거나 지친다거나 그런 것 없었다. 아이는 이런 엄마가 너무 신기하단다.


다시 돌아와 MBTI를 이야기한다. 그 유형이 쏙쏙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는 내가 그냥 귀차니즘이 많은 사람이구나, 낯가림이 좀 있는 사람이구나 정도였다. 내가 INTP라는 것을 알게 되니 이게 신기하게도 내 옛날의 행동을 복기해 보면 거의 맞는 것이다.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스스로 인정하기로 했다. 우리 집 아이도 엄마는 타고난 ‘I’ 유형이라고 한다.


MBTI에 나를 맞출 이유는 없지만 나도 내가 참 궁금할 때, 그래 너는 그런 성향의 사람이래, 하는 것이 가끔은 도움이 된다. 내가 그런 유형의 사람이니 내 에너지를 어디에 쏟으면 내가 그나마 웃을 수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으니.


사람이 많은 곳이라도 나를 아는 척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으면 에너지가  빨려나간다. 그러니 공연장은 혼자 가고 20 넘게  뮤지션을 좋아하지만 그들과 사진 찍고, 팬덤의 사람들과 즐기고 하는 것을  한다. 그냥 공연장에서 혼자서 미친 애처럼 뛰다가 오는 것이다. ㅋㅋㅋ


mbti의 그 힘이 놀랍다. 나는 끄덕거리며 인정한다. 그래 나는 intp 인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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