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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Aug 07. 2022

가지요리의 추억들

김밥말이를 보면서 가지 튀김으로 착각했다. 가지는 어릴  음식으로 치면 나에게는 좋은 교환재였다. 도시락 반찬으로 가지볶음을 너무 많이  줘서 개짜증이었는데 그걸 친구들은 맛있다고 환장하는 것이었다.  가지 반찬을 통으로 가져가고  친구들은 자기 반찬을 통으로 주는 역대급 물물 교환재였다. 그러나  가지 반찬이 맛있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해서 먹은 가지 반찬은 또 다른 별미였다. 가지를 쪄서 갖은양념으로 무쳐내는 가지무침은 그게 참 독특했다. 너무 찌면 뭉개지고 덜 찌면 풋야채맛이 나는 까다로운 식재료였다. 거기에 기름을 두르지 않은 가지무침은 딱 가지 맛이 났다. 전주 지역 어디든 가지무침은 별미였다. 손맛이 역시 가지 맛을 잘 챙긴다고 할까.


둘째 가면 서러울 미식가들과 밥을 먹는 기회들이 종종 생겼다. 가지는 다시 진일보했다. 나는 입맛이 희한하게 까다롭다. 그 탓에 어지간한 것이 맛있다는 느낌이 없다. 그런 모습을 안타까워하던 어떤 분이 가지 밥을 애써 챙겨준 적이 있었다. 계절 음식이라 아무 때나 가면 안 된단다. 전화해서 확인해서 그렇게 가지 밥 먹으러 갔다. 가지와 갖가지 야채가 섞인 가지 밥. 와… 뭐라 표현을 못 하겠다. 내가 너무 맛있게 먹으니 그게 더 희한하다고 오히려 먹는 모습에 감탄을 한다고 했다. 덕분에 몇 번 더 갔다.


일본 가서 여행길에 가지를 곁들인 파스타를 봤다. 식당 밖에 사진 메뉴가 있었다. 일어를 알 턱이 없었다. 그러나 가지 두어 조각이 파스타면 위에 통통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바로 후킹 되었다. 주문하면서도 그 가지 사진을 손가락으로 눌러 이것 시킨다고 했다. 지금도 이름은 모르겠다. 겉은 바삭한 느낌이고, 속은 적당히 말랑한데 황홀하게 맛있었다.


지인이 올려둔 요리에 김밥말이 보고 특이한 가지로 상상했다. 가지 요리에 대한 추억들 덕분에 소환했다. 가지 밥 먹으러 또 가야겠고, 동경 한복판 그 가지 파스타는 아직도 있을까. 기억이 추억되어 둥둥 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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