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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Oct 22. 2023

아티스트가 행복하고, 팬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

하이브 방시혁이 말하는 엔터산업의 가치



“아티스트가 행복하고,
그들의 팬이 행복하게 하는 것이 엔터산업의 궁극적인 가치입니다”

         -2023년. 관훈포럼에서 방시혁이 한 말.



아티스트가 행복하고, 그들의 팬이 행복하게 하는 것이 엔터산업의 궁극적 가치라고 하이브 의장 방시혁은 말했다. 이 말은 엔터산업의 본질이다. 엔터산업에서 아티스트는 본업에 충실하고, 그 본업을 통하여 팬들은 소소하게 행복한 일상을 누린다. 사실 아이돌 팬덤에 관하여 사회적 여론이나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빠순이라고 폄하하기도 하고, 팬덤 안에서는 크고 작은 논란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붙어 다닌다. 그래서 아티스트가 행복하고, 그 팬들이 행복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가치이다,는 말이 무색할 때도 있다. 사실 방탄소년단 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것은 '아미'이다. 방탄소년단을 제대로 막아 줄 군대의 의미, 아미이다. 이게 웃기는 것이 'AMRY'라는 팬명이 외국 팬들에게 한글 번역으로 '군대'라고 직역이 된다. 가끔 "나는 BTS를 늘 응원하는 군대입니다" 뭐 이런 댓글을 본다. 처음에는 웃겼다. 번역기가 그렇게 번역하는 것이다. 번역기 돌려서 애써 한글로 댓글 다는 외국 아미들을 보면 귀엽다. 



방탄소년단 이야기를 하면서 '아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방탄소년단 노래는 몰라도 방탄소년단 이름은 안다. 방탄소년단 노래는 몰라도 아미는 안다. 아이돌 팬명을 온 국민이 많이 아는 것 사실 신기하다. 나는 '아미'를 제외하고는 다른 아티스트 팬명은 모른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외국에서도 특이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미들의 함성이다. 누가 조율하고 조정하듯이 똑같은 함성을 질러대는 것에 신기하게도 반응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한국어로 떼창을 외국 아미들이 한다. 뭐 물론 다른 외국 가수들이 한국에 내한공연 와도 영어로 떼창하는 것이 한국인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신의 덕질에 행복을 담는 것이겠다. 



방송이나 뉴스에서 "아미, 아미"를 하도 많이 외쳐서 나는 그 '아미'는 무슨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팬덤 단체인 줄 알았다. 물론 나는 늦덕으로, 그것도 방탄소년단 덕질 5개월이라 그 이전에 얼마나 치열하게 아미가 아미 역할을 했는지 모른다. 찾아보니 커뮤니티 카페도 있고, 티스토리에 방탄소년단 블로그도 있다. 초창기에는 방탄이들이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했다. 외국 팬들을 위해서는 트위터와 유튜브를 활용한 것으로 안다. 지금은 방탄이들은 일상을 영상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요즘은 하이브가 위버스라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회사가 일괄 관리한다. 영어와 일어, 중국어, 한국어 4개 언어로 위버스에 공지가 올라온다. 이렇게 공지를 일괄 관리한다는 것이지, 아미들을 관리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2023년 5월부터 위버스 유료 멤버십이 되었다. 비로소 아미가 되었다는 것이다. 위버스에 멤버십이 되면 '아미'라는 조직이 있을 줄 알았다. 없었다. 소위 단체로 일괄로 움직이는 대단한 조직이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내심 기대했다. 누군가가 나를 환영해 줄 것이고, 누군가가 어떻게 하라고 가이드할 줄 알았다. 없었다. 그냥 개인개인이 각자의 느낌으로, 각자의 흐름으로 게시판에 글을 쓰고, 아티스트들이 라이브방송을 하면 우, 몰려가서 그들의 일상을 끄덕이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멤버십들만 음악방송 사전녹화를 갈 수 있고, 멤버십들에게만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 철저히 개인의 인적사항을 체크하여 티켓을 타인을 구매할 수도 없는 구조이다. 일종의 팬들에게만 우리의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자부심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나는 '아미'라는 이름으로 팬을 하면 모두가 긍정적인 힘으로 한 곳을 응원하는 것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방탄소년단팬인 아미들도 아미라는 이름으로 '악개'인 경우도 있었다. '악질 개인 팬'이라는 뜻으로 악개는 멤버 일곱 명을 모두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그룹 내 특정한 멤버만 좋아한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특정 멤버에게 자신의 에너지를 더 실는 것, 있을 수 있다. 더 많이 좋아하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문제는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멤버들에게, 혹은 회사에 악담을 쏟는다는 것이다. 특정 멤버에 대한 좋아함이 다른 멤버에게는 질투로 가고, 그 질투나 넘침이 소속사에게 불만의 에너지를 쏟기도 한다. 솔로 앨범이 나왔을 때, 누구에게는 이만큼 서포팅해 주고, 왜 나의 오빠에게는 이만큼만 해 주느냐 등등... 시끄럽다. 처음에는 놀랐다. 그 유명하다는 아미의 팬심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이렇게 서로 이간질을 시켜서 뭐 하자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일곱 명을 서로 자기들끼리 우열을 따지고 서열을 만들어서 누구는 이래서 이것이 좋고, 누구는 이래서 저것이 좋다, 또 누구는 이렇게 하는 것이 문제이다, 등등이다. 오죽하면 멤버의 한 명인 태형이가 "일곱 명 모두를 다 사랑해 주세요"라고 했을까.



아티스트가 행복해야 하고, 그 아티스트로 인하여 팬들이 행복해야 하는 것이 엔터 산업의 궁극적 가치라고 방시혁 의장은 말했다. 나는 이 말에 백퍼 공감한다. 덕질을 하는 이유는 사실 내가 행복하기 위하여 한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음악을 들으면서 행복해하고, 그들이 하는 말을 통하여, 그들의 태도들을 보면서 내 삶의 한 모퉁이를 깍둑깍둑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덕질의 본질이다. 그 덕질의 본질을 소위 악개들이 팬이라는 이름으로 멤버 간의 신뢰를 깨지게 하고, 그룹 내부에서 본업에 대한 몰입보다는 다른 우회적인 것에 에너지를 쏟게 한다면 이것은 참 슬픈 일이다. 다행히 방탄소년단 일곱 명은 내공이 높더라고. 누가 뭐라고 하든지 멤버들 덕분에, 아미들 덕분에 서로서로 밀고 당기고 있음을 필연적으로 안다. 악개 때문에 팀이 무너질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을 단연코 한다.



2022년 코로나로 방탄소년단은 팬들을 현장에서 만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로 그들은 빌보드에서 1위를 하고 그래미에 노미네이트 되는 행운을 얻었다. 그즈음 2022년 6월에 나온 방탄소년단의  <For Youth>는 그들이 음악 하는 본질에 가장 가까운 곡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미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대한 답가쯤 되겠다. 물론 그전에 <소우주>나 <Young Forever>등이 아미를 향한 헌정곡이기도 했으나 나는 22년 여름에 나온 <For Youth>가 가장 강력한 아미들을 위한 헌정곡이다 생각한다. 헌정곡이라서 가사에 더 집중했다. 눈에 번쩍이는 퍼포먼스 없이 일곱 명이 일렬로 서서 스탠드 마이크로 잔잔하게 노래를 한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2013년 6월 13일에 데뷔하여 2022년 6월 10일에 이 노래를 낼 때까지 그들은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었을까. 정신없이 먹고사는 것에 집중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주변을 둘러보면서 생일 선물도 하고, 기념일도 챙기는 소소한 우리의 일상 같아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쓸데없는 감정이입일 수 있으나 눈물이 나지만, 또 눈물 나는 만큼 기쁘다. 그 세월을 버티어 왔고, 뛰어넘어온 내 삶에 대한 축배 같다. 그렇게 방탄소년단이라는 아티스트가 본업으로 행복하고, 나는 그 본업을 보면서 행복했다.



If I never met you

Oh 난 어떤 모습일까 baby

Every time I miss you

습관이 돼버린 그 말

(It's so true)

눈을 떠보니 10년 전

논현동을 서성이던

너무 쉽게 울었고

너무 쉽게 웃던 때

많은 계절 뒤에

겨우 뒤돌아봤을 때

You always here with us together

And every second was forever oh

측정할 수 없는 마음

미끄러지던 내 삶

베개에 머리가 닿으면

깨지 않길 바랐던 밤 (wake up)

이젠 네가 있는 여기

This a new home to me

언제든 돌아올 테니까

Baby don't you worry

우리가 걷는 이 길이

모두 다 길이 될 테니

(중략)

-방탄소년단, For Youth 가사 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BV0PwOExYp4

출처 For Youth - 방탄소년단 (BTS) [뮤직뱅크/Music Bank] | KBS 220617 방송


뮤직뱅크 - 방탄소년단 For Youth




<For Youth>에서 "If I never met you", 아미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혹은 멤버들을 만나지 못 했다면 방탄소년단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로 시작된다. 논현동 17평 빌라에서 많게는 서른 명까지 같이 연습생들과 있으면서 동고동락했던 그 시절. 그럼에도 "우리가 걷는 이 길이 모두 다 길이 될 테니"라는 가사에서, 이제는 방탄소년단이 자신의 무게를 안다. 소위 책임감을 피부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



엔터 산업은 사실 계약의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돌 데뷔 후 7년은 사실상 회사가 모든 힘을 가지고 있다. 가망성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리고 그들에게 투자하여 음악을 만들고 그룹을 기획한다. 그래 만든다는 표현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단순히 만들자고 한다고 원하는 결과물이 다 나오는 것은 아니다. 보컬을 트레이닝하고, 춤을 가르치고, 태도를 교육한다. 잘 되면 서로 수익을 나누지만 안 되면 그 책임은 오롯이 회사의 몫이기도 하다. 물론 아티스트들 입장에서도 7년 동안 묶여 있었는데 뜨지 않으면 사실상 세월만 보낸 셈이 된다. 아티스트에게도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첫 번 째 7년 계약 동안, 잘 되어야 서로 성공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수 있다. 통상 7년 계약을 한다. 7년 동안은 아티스트들이 가져가는 것보다 회사가 가져가는 수익의 크기가 더 크다. 투자를 받아야 하고, 아티스트들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서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뒤 다시 재계약할 때는 아티스트가 가져가는 수익의 지분이 더 크다. 사실 회사나 아티스트나 이때부터 서로 돈이 되는 구조이다. 첫 번째 7년은 둘 다 투자 개념이다. 그러니 사실 양쪽 모두 전쟁인 시기이다.



그리고 다시 7년 연장 계약을 하게 되면 서로 좀 자유롭다. 아티스트가 수익성의 더 많은 지분을 가져간다. 그래도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하는 것이 초기보다는 좀 낮고, 방탄소년단처럼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면 사실상 게임 끝이다. 서로 수익구조로 나갈 것이다. 그래서 7년 연장 계약이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통상 엔터 산업은 첫 7년이 지나면 멤버별로 1인 회사를 차리거나 다른 회사에 더 좋은 조건으로 옮긴다. 그래서 그룹들이 오래 못 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방탄소년단은 7년 연장을 2018년에 미리 했다. 2013년 데뷔로 2020년이 계약 마감이었으나 미리 했다. 그리고 2023년에 다시 한 번 더 연장 계약을 했다. 2018년 첫 연장 계약에에서 <비욘드 더 스토리> 책에서 제이홉은 "지옥 같았다"라고 했다. 다른 회사로 옮기느냐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갑자기 너무 유명해져서 스스로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단다. 그래서 해체를 고민했고, 실제로 2018년 마마 시상식에서 맏형인 진은 "우리는 해체할까?"를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그 수상소감에서 멤버들은 모두 울었다. 그 영상을 보면서 저들은 행복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티스타가 행복하지 않다면 존재의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그들은 내부적으로 잘 견디고, 잘 뛰어어 넘었다. 2023년 6월 데뷔 10년 페스타를 하면서 이제는 "방탄노년단"까지 가자는 이야기를 한다. "추락하지 말고 잘 착륙하자고 서로 다짐했다"고 유퀴즈에서 슈가가 한 말이다. 어느 날 추락하면 사고이지만 착륙을 하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기와 함성에 연연해 하지 말고,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하면서 서로 행복하자고. 그렇게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비로소 방탄소년단이라는 월드스타를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방탄소년단 5개월 덕질을 하면서 내가 다짐한 것이 있다. 내 비록 첫 팬은 아니었으나 방탄소년단 마지막 팬으로는 남아 있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이유는 딱 하나다. 방탄소년단 노래를 들으면, 방탄소년단 영상을 보면 내가 스르르 행복하다, 고 혼자서 중얼거리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음악을 들으면서, 몇몇의 유닛을 들으면서 혹은 멤버들의 솔로곡을 들으면서 나는 아미로 여전히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할 마음이다. 단체로 누가 뭐 하라는 의견 제시는 없어도 그냥 개인의 한 명, 한 명으로 움직이면서 나는 아미로 당분간 살 예정이다. 사실 아미는 개인일 수밖에 없는 것이, 티켓도 두 장 한꺼번에 구매가 안 된다. 혼자 가서 혼자 놀아야 하는 공연 문화이다.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인데 2025년 완전체로 나타나는 그때는 내가 티켓을 빛의 속도로 구할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아티스트가 행복하고, 그들의 팬이 행복하게 하는 것이 엔터산업의 궁극적인 가치입니다”

이 본질을 하이브가 절대로 잊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방탄소년단으로 오랫동안 행복할 것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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