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그날도 평범한 하루였다.
거리는 붐볐고, 학생들은 책을 들고 교정을 걸었다.
누군가는 친구와 토론을 나누었고,
누군가는 어두운 골목에서 술 한 잔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밤,
부산의 작은 학림에서 일어난 일은
그들을 다시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려놓지 않았다.
그날의 부산 학림사건.
그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대였다.
“국가가 부른 이름, 그리고 잊힌 이름”
1981년, 군사정권의 철권통치 아래
지적이고 민감한 젊은이들은 감시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책을 읽었고,
그들은 대화를 나누었으며,
그들은 단지,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토론은 위험한 것이 되었고,
그들의 대화는 ‘사상범’이라는 낙인을 찍혔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은 감옥으로 끌려갔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사랑했다.
그러나 국가가 그들을 버렸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인간에게 인격이 있듯이,
국가에는 국격이 있다.
국격은 단순한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을 대하는 태도이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어디까지 존중하는가에 대한 척도다.
1981년, 국가의 이름으로
젊은이들은 감옥에 갔다.
33년이 지나, 같은 국가의 이름으로
그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33년 전과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국격은 변했는가?
우리 사회는 더 나아졌는가?
“33년의 침묵”
그들은 죄인이었다.
법정에서조차 자신을 변호할 기회도 없었다.
그렇게 33년이 흘렀다.
그리고,
33년이 지나서야 그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가는 잘못을 인정했지만,
그들에게는 이미 청춘이, 삶이, 시간이 사라진 뒤였다.
한때 ‘범죄자’였던 그들은,
이제 ‘희생자’라 불렸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에게 무엇이 될 수 있었을까?
잃어버린 33년은,
어떤 판결로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부산 학림사건은 끝난 일이 아니다.
국가가 한때 범죄자라 부르고,
뒤늦게 희생자라 인정한 그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사회는 여전히 생각하는 사람들을 불온하게 여기는가.
토론하고 고민하는 것이, 또 다른 낙인이 될 수 있는가.
그날의 부산을 기억해야 한다.
그날 밤, 학림에서 나눈 작은 대화가
한 세대의 젊음을 빼앗아 갔음을.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의 국격이, 국민의 인격을 억누르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