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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극장에서, 낯선 감정을 보다

습작의 창고

by 나바드

나는 여행을 갈 때마다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그 나라의 언어로 상영되는 로컬 영화관에서 반드시 영화를 본다.


누군가는 말한다.

“굳이 해외까지 가서 영화를 봐야 해?”

“언어도 모르는데 뭘 알아듣겠어?”


하지만 나는, 바로 그 ‘모른다는 감각’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호치민 영화관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

어느 나라든 한국에서 진출한 영화관 체인이 있다.

그러나 나는 굳이 그곳을 피하고,

현지 사람들이 찾는 오래된 극장이나

작은 동네 극장을 기웃거린다.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관객들이 웃는 타이밍을 보면 웃게 되고,

갑자기 눈물을 훔치는 장면에서는

나도 덩달아 목이 메인다.

영화보다 팝콘,콜라가 비싸다

언어는 다르지만, 감정의 결은 다르지 않다.


베트남의 한 극장에서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토론을 시작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영화가 상영 중에도 친구와 전화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화면에서는 배우가 절절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옆에서는 “저녁 뭐 먹을래?”가 오간다.


어색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싫지 않았다.

그냥... 영화관 내부...

어느 도시,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그곳의 사람들이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영화를 조용히 감상하는 예술로 보고,

누군가는 함께 나누는 대화로 본다.

어떤 곳에서는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고,

어떤 곳에서는 감정을 삼킨다.


그 모든 차이들이,

나는 좋다.

베트남어다

앞으로도 나는

세계 곳곳의 작은 영화관을 찾아갈 것이다.

언어는 모르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기 위해.


그렇게,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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