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삿포로에서 책을 읽다.

습작의 창고

by 나바드

사람들은 흔히 삿포로를 ‘눈의 도시’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여름날의 삿포로를 더 좋아한다. 햇살은 있지만 따갑지 않고, 바람은 선선하며, 관광객들로 붐비지 않아 여유가 있다. 그래서일까. 삿포로의 여름은 묘하게도 홍대 같은 분위기가 있다. 조금은 감춰진 듯, 하지만 알고 나면 자꾸 곱씹게 되는 도시의 매력. 나만 알고 싶은 비밀스러운 감성이다.


삿포로는 오르골로도 유명하고, 온천도 유명하며, 홋카이도의 중심지답게 북부 지방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도시다. 하지만 그에 비해 복잡하지 않다. 도심의 소란도, 마치 스터디카페의 백색소음처럼 잔잔하게 들릴 뿐이다. 그래서인지 휴식을 취하며 책을 읽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도 드물다.

나무 냄새, 커피 냄새, 재즈 냄새


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공간, 적당한 조명, 조용히 흐르는 재즈와 나만의 페이지. 나에게 꼭 맞는 도시였다.

궁금하다. 궁금해

밤이 되면 도시로 나와 산책을 한다. 조용한 거리를 걷다 우연히 한 ‘책 호텔’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눈에 띄는 간판도 없고, 조용히 빛나는 창 안으로 책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저 안은 어떤 분위기일까.’ 문득 궁금해졌고,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음엔 꼭, 저기서 하룻밤을 보내야지. 마음속에 그렇게 적어두었다.


일본에 대해 길게 쓰진 않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한국 사람이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호치민 로컬 북카페, 베트남 내일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