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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로컬 북카페, 베트남 내일을 보다

습작의 창고

by 나바드
추천합니다.

호치민 로컬 북카페를 소개합니다

커피 그리고 책

나는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반드시 세 곳은 들른다.

현지 서점, 북카페, 그리고 대학교 도서관.

그곳에 가면, 그 나라의 미래가 보인다.

그 나라의 청년이 보이고,

그들이 살아갈 산업의 방향이 보인다.


호치민에서 보낸 8개월은 여행자도, 거주자도 아닌

‘이방인’으로 머문 시간이었다.

타오디엔이라는 외국인이 많은 부촌에서 지냈지만,

어느 날 문득, 호치민을 ‘걷고’ 싶어졌다.


호치민은 도보 이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도시다.

걷는 이도, 달리는 멍멍이도, 어슬렁대는 고양이도 보기 힘들다. 그러던 어느 날, 무작정 걸었다.

어느덧 외국인은 보이지 않고, 발은 아프고, 갈증은 깊어졌다.


그때였다. 책으로 뒤덮인 북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숨겨진 보석처럼, 발품 끝에 만난 그 공간은 감동 그 자체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참고로, 베트남식 아메리카노와 우리가 아는 그것은 다르니 주문 시 주의가 필요하다.)


내부를 둘러보니 외국인은 나뿐. 학생들로 가득 찬 북카페 안엔 고요한 열정이 흐르고 있었다. 노트북을 두드리는 손길, 두터운 책장을 넘기는 시선, 프로그래밍 코드를 정리하는 집중력. 모두가 각자의 미래를 준비하는 풍경 속에서, 나는 이곳이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임을 확신했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베트남


베트남은 인구 1억 명에 가까운 거대한 시장이다.

평균 근로자 임금은 월 30~40만 원 수준.

의사나 교수는 70~100, IT나 외국어 기반 서비스업 종사자는 그 이상을 받는다.


동남아는 대개 농업과 서비스 산업 중심이다 보니,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높다. 그러나 진정한 이상국가는 성장 단계가 균형 있게 밟힌 나라일 것이다.


베트남은 아직 제조 기반이 약하다. 자체 생산 능력보다, 해외 기업의 단순 OEM 생산 공장에 의존하는구조다. 대표적인 예로 ‘빈패스트’라는 자동차 기업이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했지만, 실상은 엔진부터 부품까지 모두 수입에 의존한 ‘조립 기업’이다. 내수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갖추기 어렵다.


미래를 위한 선택


베트남은 지금 SOC(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이 절실하다. 하지만 예산은 부족하고, 국가 주도의 실행력도 더디다. 호치민 지하철 공사는 20년이 걸렸고,

전선 지중화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비만 오면 정전, 범람, 인명 피해가 반복된다.

전선 지중화는 어디에 팔았는가? 피카츄?

‘강남’을 가능하게 했던 건

성수동에 위치한 삼표 레미콘과 같은 인프라 기반이었다. 레미콘 트럭이 굳기 전에 갈 수 있는 거리. 즉, 90분의 물리적 반경이 도시의 가능성을 좌우했다.


같은 시멘트 산업이라도

호치민과 베트남에서의 역할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과연 어떤 영광을 보여줄까? 나는 기대하고 있다.

이 글은 책과 북카페로부터 출발했지만,

결국 한 도시와 한 나라의 미래에 대한

아주 조용한 관찰 기록이다.


호치민에 가게 된다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이런 로컬 북카페에 앉아 조용히 미래를 상상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곳엔 숨은 이야기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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