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발리에서 생긴 일
내가 처음 ‘발리’라는 곳을 알게 된 건, 어릴 적 TV에서 방영되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그 기억은 너무나 오래되어, 지금은 희미하게 바랜 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그런 나에게, 발리는 어느 날 현실이 되었다.
배낭 하나 메고, 혼자 발리로 향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1주일 살기’, ‘보름 살기’, 혹은 ‘한 달 살기’의 타이틀을 걸고 오토바이를 대여한다. 나도 잠시 고민했다. 대여를 해볼까? 하지만 나는 하남자 아닌가. 겁이 많다. 오토바이도 탈 줄 모른다. 결국 나는 그랩(현지 차량 호출 서비스)을 이용하거나, 그냥 걸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랩이 잘 안 잡힌다는 것이다. 기껏 잡혀도, 걸어서 5분이면 갈 거리를 차로는 10분이 걸린다. 도로 상황이 꽤나 열악하다.
그 덥고도 끈적한 날씨 속에서, 뜨겁게 내리쬐는 자외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나는 묵묵히 걸었다.
두 번 다시, 나에게 발리는 없다.
정말 지쳤다.
발리는 연인들의 로망 여행지다. 신혼여행으로도 자주 찾는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걸어다니며 본 풍경 속에서 달콤한 커플은 좀처럼 없었다.
습하고, 덥고, 공기까지 숨 막히는 완벽한 트리플 콤보 아래, 한국인 커플 10쌍 중 9쌍은 싸우고 있었다.
구경은 늘 재미있다.
다툼의 주된 내용은 대부분 같다.
“아니, 다음 장소 예약 안 했어?”
“지금 뭐해? 우리 어디 가는데?”
여행 계획의 공백이 불러오는 다툼이었다.
나는 그걸 보며 속으로 웃었다.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나는 솔로니까.
정신승리라도 해야,
이 지독한 발리의 기억을 버틸 수 있었으니까.
나에게 발리는, 이걸로 끝이다.
그냥…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