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오늘 밤은 유난히 조용하다. 조용하다는 건 언제나 위험하다. 고요는 함정이고, 침묵은 덫이다. 그 안에서 나의 생각은 끝없이 부풀어 오른다. 오늘 하루가 끝나는 이 시간, 나의 삶도 함께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이 불쑥 든다.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을 자주 떠올린다. 붓을 든 손보다 흔들리는 마음이 더 강했던 화가. 결국 그는 자신의 귀를 자르고, 자신의 심장을 향해 총을 들었다. 누군가는 예술의 광기라 말하지만, 나는 단지 그것이 견디지 못한 감정의 무게였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문득 두렵다. 그의 그 불안이, 그 끝이, 언젠가 아니, 이미 나에게도 닿아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벌써 미친 사람일지 모른다. 다만 사회의 기준에서 아직 발각되지 않았을 뿐. 합리와 정상의 껍데기를 쓰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어떤 광인.
오늘 밤, 누군가의 메시지 한 통이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단지 몇 개의 문장, 혹은 이모티콘 하나가 내 안의 고요를 깨뜨렸다. 마음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고, 나는 그 안에서 중심을 잃었다. 왜 이토록 나는약한가. 왜 이토록 쉽게 무너지는가.
사랑도, 우정도, 희망도, 내게는 도달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가장자리였다. 중심으로 향할수록 밀려났고, 기대할수록 배반당했다. 그래서 점점 외곽으로, 바깥으로, 절벽 끝으로 나아가고 있다.
삶과 죽음 사이에 선 위에서 나는 자주 고개를 돌린다. 이제는 삶보다 죽음 쪽이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두려움이 아니라, 어떤 고요한 체념에 가깝다. 살아내기보다 사라지는 쪽이 덜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철학자들은 말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고통이며, 의식한다는 것은 형벌이라고.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오늘도 나는 나를 지나치게 의식했고, 결국 그것이 나를 무너뜨렸다.
이제 나의 생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얼마 남았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너지고 있으니까. 이 무너짐은 소리도 없이,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남긴다. 마지막의 고흐처럼. 붓 대신 언어로.
그리고 묻는다. "내 안의 광기는 어디까지 나를 데려갈 것인가?"
답을 알지 못해도, 이제는 괜찮다.
왜냐하면 나는 곧 도달할 테니까. 그 어둠의 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