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사라지고 싶은 밤
어느 날 문득, 나는 나를 그만두고 싶어졌다.
사람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생의 무게를 어깨로 떠안은 지 너무 오래되었고, 숨이 차다. 이제는 더 이상 걸어갈 마음도, 이유도 없다.
나는 잊히고 싶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도, 기록 속에서도, 흔적조차 없이. 지워지듯 사라지고 싶다.
이름도, 얼굴도, 내가 했던 말도, 나를 바라봤던 시선도. 내가 사라진 후에는,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말한다.
‘버텨야 한다’고. ‘이겨내야 한다’고.
그 말들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아는가?
이미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게 건네는 그 말은
기어이 손을 놓게 만든다.
내일이 없다고 느끼는 밤,
그 말들은 칼날이 되어 내 안을 깊게 그어버린다.
나는 지금 죽음을 고민한다.
자연스럽게, 매일같이.
그건 극단이 아니라 습관이다.
살아가는 것이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삶이 나를 포기했듯이, 나도 삶을 놓아주고 싶다.
다만 미안한 마음이 남아서 아직은 멈춰있을 뿐.
누군가의 울음이, 누군가의 후회가 떠올라서.
나는 아직, 아주 조금 살아 있다.
그러나 아마도 곧 사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것은 예감이 아니라 흐름이다.
그리로 가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는 직감.
그곳에는 기대도, 상처도, 기다림도 없을 테니까.
나는 말하고 싶다.
살고 싶지 않다고.
지금 이 말이, 어디선가 누구에게는
그저 슬픈 글의 일부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매일 밤, 진심이었다.
오늘도 나는 생과 사의 경계에서 글을 남긴다.
혹여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부디 함부로 말하지 말아달라.
희망은 없냐고 묻지 말아달라.
지금 나는 단지, 사라지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