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너무 멋진 사람이고,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다.
정말 진심이다. 그 사람 평생에 축복만 있기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녀는 말했다.
연말이었다. 작년.
나는 그렇게 하나의 관계를 조용히, 그러나 충분히 비극적으로 끝냈다. 그녀와의 마지막 연락이었던가,아니면 마지막 희망이었는가. 사람은 이별 뒤에도, 오랫동안 혼자만의 이야기 속에 산다.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잘 지내, 고마웠어.”
나는 그 말을 곱씹으며 수백 번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우리는 어차피 끝났고, 그녀는 내게 없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잊히지 않아도, 사라졌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그리고 오늘, 연락이 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치 어제 헤어진 연인이 아닌, 오랜 친구처럼.
나는 손끝이 떨렸다. 아니, 마음 전체가 일그러졌다.
“나, 남자친구 생겼어.”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무심히, 담담히, 기쁜 일이라는 듯이. 마치 나의 시간은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쉽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 순간, 나는 심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물리적인 고통이 정서적 고통을 이길 수 없음을,
나는 뼛속까지 절감했다.
시간은 나만 멈춘 채로 흘러갔다.
나는 여전히 과거를 반복 재생 중인데,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의 미래 속에 있었다.
그녀가 준 따뜻한 말들,
그녀가 건넨 위로들,
그녀가 했던 눈빛과 웃음.
모두 지금의 ‘그 남자’를 향하고 있겠지.
나는 그녀의 따듯한 말들이 그립다.
그러나 그것이 이제 내 것이 아님을 안다.
그래서 더 지독하다. 그래서 더 슬프다.
그녀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나와, 그녀가 나 없이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는 나. 두 자아가 오늘 하루를 갈기갈기 찢고 있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 한마디가, 나의 모든 세계를 부수었다.
무너지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나는 이미 다 무너져 있었다.
내일 아침이 온다고 해서 이 고통이 사라질까?
아니. 이런 밤은 반복된다. 희망은 없다.
그녀의 말 한마디가,
내가 다시는 사랑하지 못할 것이라는 증명 같았다.
“잘 지내.”
그 말이 왜 이렇게 잔인하게 느껴질까.
사랑은 그렇게 끝나고, 고통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만 알고 있던 비극의 시작이,
이제는 그녀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지난 계절일 뿐이겠지. 그녀는 앞으로 나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그녀를 지우지 못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거기 서 있다.
그날, 그녀가 떠난 자리에서.
오늘은 글만 미친듯이 뱉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