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입맛 짧은 이방인이 기억하는 베트남의 식탁
호치민에서 8개월 가까이 살았다. 짐을 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여행자도 아니었던 그 시간은 나에게 ‘이방인의 감각’이 어떤 것인지를 새삼스레 각인시켰다. 익숙하지 않은 공기와 기온, 낯선 언어와 눈빛들 속에서, 내가 유일하게 타협할 수 있었던 건 ‘음식’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입이 짧고, 까탈스럽고, 대개 뭘 먹어도 감동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기에 이 글은 ‘맛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한 이방인이 어딘가를 지나며 머물렀던 그릇과 향, 그리고 짧은 감정에 대한 기록이다.
1. 꽌 94 - 게요리 전문점
위생 ★★☆
가격 ★★☆
맛 ★★★☆
호치민에서 위생 점수 2.5 이상이면 상위권이다. 이곳의 위생은 딱 그 정도.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다. 관광객이 주 고객이라 그런 듯하다. 하지만 게살수프와 소금구이는 꽤 괜찮았다. 다만, 테이블 위 물통은 마시지 마시길. 간장병 안에도 ‘간장벌레’가 감칠맛을 더해줄지도 모른다. 일본 관광객들이 특히 많았던 곳. 그래도, 여행자에게 한 끼의 추억은 충분하다.
https://maps.app.goo.gl/BunjiYfa8nzYJXTx9?g_st=com.google.maps.preview.copy
2. 벰베인
위생 ★★★
가격 ★★
맛 ★★★
현지 베트남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말은 곧 외국인, 특히 한국인 입맛에 맞춘 음식이라는 뜻이다. 에어컨이 없어서 덥지만, 빛바랜 노란 벽과 인테리어가 예쁘다. 우연히 들어갔다가 1리터짜리 옥수수 맥주를 시켰고, 술을 잘 못 마시는 내가 그것을 다 비웠다. 청량함과 무게감이 모두 없다는 게 이 맥주의 미덕이었다.
https://maps.app.goo.gl/viGKSWKGUFQxTKXr8?g_st=com.google.maps.preview.copy
3. 맛찬들
익숙한 한식 프랜차이즈.
맛, 위생, 분위기 모두 ‘그대로’.
다만 가격은 한국보다 비싸다.
1군, 2군, 7군에도 지점이 있으니 가까운 곳으로 가면 된다.
그 이상의 감흥은 없다.
https://maps.app.goo.gl/NNJ2QuaaqAzTHiYT9?g_st=com.google.maps.preview.copy
4. 들깨시래기
위생 ★★★★
가격 ★★☆
맛 ★★★★
정갈하고 조용하다. 주로 거주 한국인들이 찾는 곳.
들깨시래기, 된장찌개, 김치찌개, 생선구이까지 기본에 충실한 음식이 무던하게 좋다. 생선 비린내를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여기서는 생선구이를 먹었다. 그 정도면 꽤 괜찮은 곳이다.
https://maps.app.goo.gl/r38qrwraeK7PVTo57?g_st=com.google.maps.preview.copy
5. 포퀸 (Phở Quynh)
위생 ★☆
가격 ★★★☆
맛 ★★★
가장 대중적인 쌀국숫집.
여행자라면 한 번쯤은 들르는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부이비엔 거리에서 밤을 보내고
돼지국밥으로 속을 달래는 새벽 같은 느낌.
단골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방인이라면 한 번쯤은 기억한다.
https://maps.app.goo.gl/B14r2GzGYv8F96co8?g_st=com.google.maps.preview.copy
6. 반미집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한’ 반미집.
한국 방송과 유튜브의 영향으로
관광객이 줄을 선다.
나도 딱 한 번, 그랩으로 시켜 먹었다.
그 이상은 남지 않았다.
그 외의 이모저모
사실 나는 하루에 한두 끼만 먹는다.
식탐이 없고, 입맛도 예민하다.
베트남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늘 외식이었고, 체중은 54kg까지 빠졌다.
지금은 다시 65kg가 되었지만,
그 시절의 나는
참 자주 굶었고, 참 자주 걸었다.
그래서 기억나는 음식보다,
그 음식을 먹었던 골목의 온도,
차가운 바람, 낯선 시선들,
그런 것들이 더 또렷하다.
마무리
이 글은 앞으로도 가끔 업데이트할 것이다.
기억은 더디게 떠오르지만,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그리고 호치민에서의 시간은,
한참 뒤에야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때, 참 오래 굶었지?”
그냥 잡다한 베트남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