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모든 생각과 입맛은 다를 수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는 정크푸드가 가장 맛있다고 말할 테고, 어떤 이는 오직 미슐랭 스타만이 진정한 음식이라 여길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싱가포르는 늘 그 경계의 바깥에서 답을 줬다. 이 도시는, 건축과 음식이 어떻게 ‘조화’로 완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 같다.
어느 날은 페라나칸 타일 무늬처럼 화려하게 꾸며진식당 안에서, 다른 날은 식민지풍 건물과 초고층 유리 빌딩이 나란히 선 거리에서 말레이 전통 음식인 나시르막을 먹었다. 밥 한가운데 튀긴 닭다리, 땅콩과 멸치, 고추장 같은 삼발, 그 모든 것이 국경을 넘어 입안에서 한 사회의 역사를 설명했다. 음식이 곧 언어였고, 건축이 곧 문화였다.
‘Holy Crab’ 같은 식당에서는 한 접시의 칠리 크랩과 빵이 건축의 연장을 닮아 있었다. 무게감 있는 나무 테이블 위, 불규칙하지만 정제된 소스의 곡선.
그건 마치 클락키에 있는 유서 깊은 창고 건물을 개조한 레스토랑처럼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혁신이 서로를 보완하며 완성된 장면이었다.
나는 한 접시 볶음밥에 담긴 리듬과 색감에서,
MBS(Marina Bay Sands) 건물의 굴곡과 빛을 봤다. 탑다운으로 설계된 빌딩과 바텀업으로 구성된 요리가 서로 닮아 있다는 건 조금 과한 비유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싱가포르에선 낯설지 않았다.
딤섬을 담은 대나무 찜기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레플스 호텔의 둥근 아치창을 떠오르게 했고,
새벽의 커튼 사이로 스미는 빛 한 줄기는
어느 식당 벽면의 무광 타일 위에서 반사되던 조도와 정확히 일치했다. 맛은, 결국 공간의 기억으로 확장되었고 건축은, 결국 입 안의 촉감으로 남았다.
사실, 국경을 넘은 그 수많은 맛들 속에서 진짜 중요한 건 하나였다. 우리는 왜, 어떤 도시에서 더 많이 ‘기억하고’ 싶은가. 그 질문의 대답을 싱가포르는 매번, 건물과 음식 사이의 틈에서 속삭여왔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 묻고 싶어진다.
우리가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은 결국,
무엇을 먹었는가, 어디에 앉아 있었는가,
누구와 나눴는가로 정의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