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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나의 아들

습작의 창고

by 나바드

너는 내 우주였다

한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가장 먼저

“이 아이가 초등학교는 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게 내 첫 기도였다.

조그만 몸, 연약한 숨,

병원이라는 낯선 곳에서

긴 시간을 보낸 내 아들.


다른 아이들이 처음으로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들어설 때,

나는 네 얼굴만 바라봤다.

수없이 닿았던 링거 자국들,

그 위에 작고 둥근 손가락.

그 손으로 연필을 잡고, 글자를 쓴다는 것.

기적 같았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나는 울었다.

네가 해낸 모든 것들이 눈부셔서.

그저 교문을 넘는 것조차도

어쩌면 안 될 수도 있었던 일이었기에.


중학교에 갈 수 있을까,

나는 또 기도했다.

그 긴 복도 위를 걸어갈 수 있을까.

체육 시간에 숨차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픈 날이 더 많진 않을까.


그런데 넌,

어느 날엔 친구들과 함께

햄버거를 먹었다며 웃었고,

어느 날엔 과학 경시대회에 나갔다며

자랑스럽게 메달을 들고 왔다.


중학교 졸업식 날.

나는 또 울었다.

언제나처럼 말없이,

네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고등학교는,

정말 무리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약도 끊지 못했고,

몸은 늘 무거워 보였고,

밤이면 자주 아파서 울었다.


그래도 넌 갔다.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묵묵히 교복을 입고

매일 아침 등교를 했다.


어느 날엔 밤새 앓고도

새벽에 일어나 시험을 보러 갔다.

나는 그런 널 보며,

늘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이 아이는 정말 강한 아이야.

나는 이 아이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고등학교 졸업식 날.

나는 그냥 울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사진을 찍다가 너를 바라보는 순간,

그 모든 기억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중환자실에서 네 손을 쥐고

살아만 달라던 나날들이,

졸업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너는

대학에 갔다.

그 많은 계단을 올라

누구보다 또박또박

네 걸음을 내딛었다.


누군가는 평범하다고 생각할 길이

우리에게는 수없이 많은 기도와

눈물과 기다림과

응급실의 차가운 새벽을 지나야

비로소 얻어진 길이었다.



아들아.


넌 언제나 내게 묻지.

“엄마는 왜 자꾸 우는 거야?”


나는 그냥 웃으며 말하지.

“엄마는 원래 좀 눈물이 많아.”


하지만 사실은,

나는 네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세상 가장 큰 기적을 보는 것 같아서 그렇다.


넌 내 우주야.

내 삶의 전부야.

내가 살아가는 모든 이유고,

내가 하루를 견디는 가장 단단한 이름이야.


그러니까,

부디,

아프지 마.

힘들면 말해줘.

괜찮은 척 안 해도 돼.

너는 지금까지도 너무 잘해줬어.


나는

내가 너의 엄마라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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